[바래길에서 만난 사람들]남해 남상마을 가는 길에 만난 어르신

남해바래길 14코스 망운산노을길은 남해섬 서쪽으로 전남 광양과 여수를 지척으로 바라보며 걷는 길입니다. 바다 건너에는 광양제철소, 여수산단 등 거대한 산업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바닷물이 많이 오염되기도 한 모양입니다. 염해마을에서 남상마을로 가는 길, 바닷가 등성이가 아마도 여수 쪽으로 가장 가까운 곳이지 싶습니다. 등성이를 내려오면서 마침 지나는 어르신에게 여쭈었습니다.

- 저 공단들 생기믄서 물이 안 더러버졌습니까?

"아이다, 괜찮다. 저저 화력발전소 앞이나 물이 좀 나빠졌을까, 여는 괜찮아."

마침 바닷가에 고깃배가 몇 척 떠 있습니다. 그걸 보던 어르신이 생각이 난 듯 말을 잇습니다.

"메기, 문어, 여가 주산지야. 좀 있으면 메기 많이 난다. 문어도 많이 나고."

이 앞바다는 여수항과 광양만으로 향하는 대형 선박들이 많이 다니는 곳입니다. 해상 교통안전을 위해 특정해역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선들이 선박 항로 쪽으로는 가지 못합니다.

"하루에 400척이 안 다닌다 카나."

- 400척이예?

"5년 전에는 280척이라 캤는데. 지금은 한 400척. 컨테이너선이 많이 다닌다. 그쪽으로 소형 선박들 다니면 참 위험타. 속력이 빠른께 파도가 이마이 높다. 지금 저저 배가 빨간 등대 손보고 있제. 저 등대가 제일 중요한 기다. 들어가는 배는 저 등대 오른쪽, 나오는 배는 왼쪽으로 그래 안 다니나."

어르신이 다시 길을 가나 싶더니 문득 상체를 돌려 이렇게 말씀하신다.

"우에서 뭐 국회의원들이나 대통령이나 죽든지 살든지 우리는 마 촌에서 살기 좋다 아이가! 농사 지가 살믄 쌀이 없나 돈이 없나. 북에서 쳐내려오면 불쌍한 우리 농민들이 먼저 죽긋나, 국회의원 그놈들이 먼저 죽긋지. 그렇제?"

- 아, 예~. 하하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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