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매 김태홍 타계 31주기 추모문학의 밤 마련…자유·부조리 노래했던 시·노래·책으로 묶어 재조명…올해 중 추모위 만들 예정

지난 3일 저녁 창원문화원 강당에 시인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넓은 강당이 다 차지는 않았다. 듬성듬성 자리가 비었다. 시인 등 문학 관계자 40여 명이 함께했다. 행사는 차분하게 진행됐다. 살매 김태홍(1925-1985) 타계 31주기 추모문학의 밤 자리였다. '잊을래도 차마 그리워'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가칭)살매문학의밤추진위원회가 주최했고, 창원문인협회가 후원했다. 이날은 시인의 타계일이다.

이서린 시인의 사회로 추모시 낭송, 피아노 독주, 김태홍 시인의 시 낭송과 함께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가 이어졌다. 설진환 작곡가가 김태홍 시인의 '훗날에도 가을에는', '잊을래도' 시를 곡으로 만들었고, 김지숙 소프라노가 이를 노래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김태홍 시인 타계 30주년을 맞아 추모 행사를 연 후 두 번째로 마련된 자리다.

◇왜 시인 조명 작업하나 = 왜 김태홍 시인 추모 행사를 지난해부터 열고 있을까. 창원문인협회 측은 지역 작고 문인 중 연배가 가장 많고, 창원에서 나고 자란 시인이 불의에 맞선 시를 쓰는 등 두드러진 활동을 했기에 조명을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유족 측도 이러한 활동에 적극적이라고 했다. 작년에는 타계 30주기를 맞아 고향의봄 동원홀에서 1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행사를 치렀고, 올해도 이를 이어가고자 했다는 것.

김태홍 시인을 조명하는 활동은 앞서 지난 2009년 12월에도 있었다. 창원 남산상봉제 축제위원회와 고향의 봄 기념사업회가 '창원이 낳은 한국 대표 예술가 5인'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예술가 5인은 정기호, 이원수, 김종영, 설창수, 김태홍이다. 이들을 조명한 글은 2010년 2월 책으로 묶여 나왔다.

◇김태홍 시인은 누구? = 시인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3월 경남 창원군 창원면 소계리(현재 창원시 소계동)에서 태어났다. 진주사범학교, 해인대를 나와 마산여고, 마산상고, 부산고, 효성여대, 부산여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부산 충렬고 교장, <부산일보>, <국제신문>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땀과 장미와 시> 등 시집 6권, <고독은 강물처럼> 수필집, <중립의 이론> 논설집, <시는 선(禪)이다> 시론집 등을 냈다.

지난 3일 열린 김태홍 타계 31주기 추모문학의 밤 행사 시 낭송 모습,

마산에서 지내면서 1952년부터 1956년 사이에 김춘수, 정진업, 김수돈 등과 <낙타> 동인으로 활동했다. 2세대 카프의 주요 인물인 권환(1903~1954) 시인과도 교류했다. 마산여고, 마산상고에서 학생을 가르칠 당시, 병고에 시달리며 고향에 있던 권환과 만났다. 김태홍 시인의 제자이자 스승의 작품을 분석한 김선학 문학평론가는 <창원이 낳은 한국 대표 예술가> 책에서 "김태홍은 그(권환)로부터 문학과 이념, 문학과 사회 그리고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했다.

시인의 시는 자유 의지, 민중의 아픔과 고뇌, 부조리한 정치적 현실에 대한 비판 등을 담고 있다.

특히 1960년 3·15의거 후 김주열의 시신이 떠오른 4월 11일 '제2차 마산의거' 당시 이와 관련한 시를 1960년 4월 12일 자 부산일보에 게재했다. '마산은'이라는 시다. "마산은/고요한 합포만 나의 고향 마산은//썩은 답사리 비치는 달 그림자에/서정을 달래는 전설의 호반은 아니다//봄비에 눈물이 말없이 어둠 속에 괴면 눈등에 탄환이 박힌 소년의 시체가/대낮에 표류하는 부두-//(중략)정치는 응시하라 세계는/이곳 이 소년의 표정을 읽어라/이방인이 아닌 소년의 못다한 염원을 생각해 보라고/무수히 부딪쳐 밤을 새는/피절은 조류의 아우성이 있다//(하략)"

시집.

◇추모 행사 본격화 = 창원 지역 시인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김태홍 시인을 추모하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시탁 창원문인협회 회장은 "올해는 조촐하게 행사를 했다. 올해 안에 추모위원회를 꾸려서 발기대회를 하고, 앞으로 추모 행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9년 김태홍 시인을 비롯한 창원 대표 예술가 5인을 조명하고자 열린 '창원이 낳은 한국대표 예술가 5인 세미나'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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