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딛고 도쿄올림픽 정조준

박태환(27·사진)이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

2016년은 박태환에게 시련의 연속이었다. 2014년 9월 실시한 도핑검사서 금지약물(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고, 올 3월 2일 징계가 해제됐지만, 주위의 냉담한 시선을 한몸에 받아야 했다.

몸을 만들어 4월 동아대회에서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지만, 대한체육회는 도핑 적발 선수는 해당 경기단체 징계 종료로부터 3년 동안 국가대표 선발을 제한한다는 조항을 들어 대표 선발을 거부했다.

박태환은 이중처벌이라고 맞서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국내 법원 가처분 신청을 통해 리우행 티켓 되찾기에 나섰고, 올림픽 개막 1개월을 앞두고 대표팀 승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올림픽에서 전 종목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아픔을 느끼며 다시 좌절한다.

절치부심한 박태환은 지난달 전국체전(2관왕)과 이달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4관왕)에서 다시 정상에 올라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 "올림픽 포기하라" 외압까지 받은 박태환 = "칼로 사람을 찔러야만 살인이 아닙니다. 이게 사람을 죽인 게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김종 전 차관이 지난 5월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도록 종용했다는 녹취록이 밝혀진 이후 박태환의 아버지인 박인호 씨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4월 동아대회에서 대표출전 자격을 얻은 박태환은 대한체육회로부터 대표로 선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태환은 CAS에 미리 중재 신청을 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고, 대한수영연맹관리위원회는 5월 박태환을 제외한 경영 국가대표를 발표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태환 측과 대한체육회는 5월 25일 공식 면담을 예정했지만, 오전에 박태환 측 인사와 김 전 차관이 만난 뒤 공식 취소됐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차관은 박태환 측에 회유와 압박을 통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이후 서울동부지법은 박태환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국가대표 지위를 인정했지만, 대한체육회는 차일피일 미루다 CAS 잠정처분 결과가 나온 뒤에야 엔트리에 포함했다.

◇ 박태환, 논란 뒤로하고 수영에만 전념 = 올림픽이 끝난 뒤 박태환은 좌절할 시간도 없이 다시 물살을 갈랐다.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전국체전에 출전했고, 수준급 선수가 나서지 않는 걸 확인하고도 아시아수영선수권에 출전 신청을 했다.

박태환의 목표는 세계 정상 복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세계 수영의 중심에 섰던 박태환은 다시 변방으로 밀렸다.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자유형 400m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박태환은 세계 정상급 선수보다 기록이 2초가량 뒤진다.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건 맥 호튼(호주)과 쑨양(중국)의 기록은 3분 41초대다. 박태환의 올해 최고 기록은 지난달 전국체전에서 세운 3분 43초 68이다.

선수로서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박태환을 곁에서 지켜본 노민상 전 국가대표 감독은 "반드시 예전 기록을 회복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노 전 감독은 "올해 서른을 넘긴 펠프스가 얼마나 대단한 기록을 세웠나. 태환이의 기량과 잠재력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자신의 최고 기록(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3분 41초 86)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다음 일정은 다음 달 6일부터 11일까지 캐나다 윈저에서 열릴 제13회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다.

4년 뒤 도쿄올림픽 출전 의사를 밝힌 박태환의 새로운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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