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에 의해 형사 피의자가 되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어제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이 최 씨에게 유출된 것과, 구속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벌 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 출연을 요구한 것 등에서 박 대통령이 공모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독대하여 재단에 돈을 내라고 요구한 의혹에 대해 뇌물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또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이 아닌 최 씨 등과 '공모 관계'라고 표현한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직 중간발표이긴 하지만 검찰 수사는 그동안 제기된 숱한 의혹 중 일부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검찰이 박 대통령의 혐의를 놓고 정치권에 공방이 오갈 여지를 준 것도 부적절하다.

그러나 촛불이 아니었다면 박근혜 정권의 수중에 있는 검찰 권력이 대통령을 범죄 공모자로 규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터이다.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선출한 대통령이라도 민주주의를 파괴한 범죄 혐의가 있으면 재직 시 형사소추는 불가능하더라도 검찰 수사에서 범죄 혐의가 밝혀지고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은 전적으로 우리 국민의 역량이다. 

PYH2014042903350001300_P2.jpg

이로써 박 대통령은 직무를 수행할 만한 정당성을 더욱 잃었다.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 12일 이후 집회에서 100만 촛불에 의해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다. 19일에도 창원의 1만여 명을 비롯하여 전국 촛불 집회에 모인 100만 국민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촛불은 바람에 꺼질 거라고 비아냥거린 김진태 의원을 풍자하듯 광주에서는 횃불이 등장하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 발표 이후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중·고등학생들의 대거 참가이다. 이들은 사회 구석구석에 암초를 내린 박근혜·최순실 집단의 비리 의혹에 대해 어른들 못지않게 분노를 토했다. 

기성세대들은 불법과 협잡이 판치는 세상을 더 이상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야3당은 시간이 지나면 촛불 시위가 사그라질 것이라 기대하는 형사 피의자 대통령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즉각 박 대통령 탄핵에 돌입해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