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공부 밤에는 알바 '팍팍한' 현실 때문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 책임을 묻고자 거리로 나오고 있다. 반면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주인, 지역 대학생들의 참여는 현안의 무게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는 까닭은 뭘까?

대학 외부에서 생각하는 참여 저조 까닭을 살펴봤다. 공통적으로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 보니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이 들 것이란 의견이었다. 한 누리꾼의 생각은 이렇다.

"취업 준비, 가치관, 정치성향을 잠시 떠나서 20년 전인 1995년 한 학기 등록금 200만 원 내외(사립·공립 평균)를 방학 기간에 단순 노동이나 과외, 일반 아르바이트 바짝하면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는데 요즘은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낮 공부 밤 알바'를 하니…오히려 퇴근 후 또는 주말 저녁 직장인이 시간 여유가 더 있는 듯. 그래도 다들 자기 자리에서 자기 나름의 생활 시위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대학생들의 입장도 누리꾼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학년 이모 씨는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서명을 했다. 하지만 집회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정도 선에서는 참여가 가능하지만, 집회는 어느 정도 부담을 느낍니다." '부담'이란 무슨 의미일까. 그는 "당장 나에게 주어진 학업과 기타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따로 시간을 내어 집회에 참여하는 건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송정현 씨는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는 참석 못 했지만, 창원 정우상가를 중심으로 고 백남기 농민 추모집회, 사드배치 반대 시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경북 성주에서 열린 사드 반대 집회 등에도 참석했다.

송 씨는 "수동적인 친구들이 꽤 있는데 그들은 보통 취업 걱정이 앞서있었다"며 "집회 참여나 시위에 있었다는 이유로 취업에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고 전했다.

이 밖에 송 씨는 "시간을 뺏긴다는 부정적 의견, 극소수지만 정치적 성향 때문에 집회 참여를 하지않는 친구도 있다"며 "군인 신분이거나 군사학과 학우, 또는 당원인 친구들은 조심스러운 듯하다"고 덧붙였다.

창원대 회계학과 4학년 이현아 씨는 "(학우들에게) 함께하기를 여러번 권해봤는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다"면서도 "실상 그들의 하루는 아르바이트를 가고, 토익공부를 하고, 과제와 시험을 준비하느라 밤을 새워야 하는 일정들로 가득 차 있다. 지금껏 일상에 정치가 낄 틈이 없었던 탓"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정치에 참여한다고, 집회에 간다고 내게 어떤 보상이 돌아올까'를 따지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씨는 "나도 당장 살아가야 할 일을 생각하면 비관적이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삶의 이유를 주고자, 사람들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거리로 나갔다"며 "집회에 나가는 일이 결코 한 줄 '스펙'이 되지는 않겠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