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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에도 남해 바래길은 생기가 돋는구나

[남해 바래길에서 사부작] (22) 14코스 길(서면 서상마을∼노구마을 10.4㎞ 3시간)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6년 11월 18일 금요일

남해군 서면에 우뚝 선 망운산(786m)은 남해섬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금산의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옛기록에는 망운산이 바로 남해의 진산이다. 남해바래길 14코스는 이 망운산 자락을 따라 서면 바닷가를 걷는 길이다. 서쪽 바다로 열린 땅이니 노을이 유독 아름답다. 하지만, 노을이 지는 시간에 이 코스를 걷지 않는 게 좋다. 외진 바닷가와 등성이 길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애초 남해군 서면사무소가 있는 서상마을에서 갈화마을까지 19.2㎞로 계획이 되어 있다. 2016년 11월 현재는 노구마을까지만 길이 연결돼 있다. 안내도는 서상마을에서 출발해 유포마을에 이르게 돼 있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걸어보기로 했다. 마지막 14코스를 걸어 1코스 다랭이지겟길과 연결해 보자는 생각에서다.

길은 몽돌해변을 지나고, 어촌마을 작은 어항을 지나고 다시 등성이를 지난다. 바닷가 등성이마다 가지런한 마늘밭과 시금치밭, 그 너머로 펼쳐진 푸른 바다는 처음 바래길을 걸었을 때의 느낌 그대로였다.

늦가을 들판에 시금치와 마늘이 자라고 있다.

◇시금치 싹·마늘 줄기 자라는

77번 국도변 노구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시작한다. 바로 옆에 바래길 표지판이 있다. 마을 길로 들어서면 바로 내리막이다. 건너편 등성이를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앉은 집들과 밭들이 가지런하다. 내리막이 끝나면 정면으로 등성이를 에도는 길이 보인다. 구불구불한 모양새가 정겹다.

고갯길에서 뒤를 돌아보니 들판 풍경이 훤하다. 늦가을 밭에는 시금치가 싹을 틔우고 마늘 줄기가 크고 있다. 들이 온통 파릇하니 지금이 봄인지 늦가을인지 헷갈린다. 시금치와 마늘은 겨울 동안 튼실하게 자랄 것이다. 하여 남해는 겨울에도 푸르다. 이 푸름이 남해의 매력이다.

등성이 길 오르막 끝 외로운 소나무 한 그루를 지나면 곧 바래길 표지판이 나온다. 등성이를 넘자 바다 건너로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면에 보이는 섬은 광양만의 한가운데 떠있는 여수 묘도다. 묘도에서 오른쪽 광양 쪽으로 이어진 다리가 이순신대교, 왼쪽 여수로 이어진 다리가 묘도대교다. 그 풍경을 보며 내리막을 걷는다. 곧 바닷가에 닿는다. 이제부터는 제방을 따라간다. 100미터 남짓 걷고 나니 만조로 길이 사라졌다. 잠시 헤매다가 바닷가 조그만 등성이 거친 오르막을 발견한다. 곧 다시 바닷가로 빠져나오면 유포마을 들판이다.

마을 초입 단정한 정자 두 채가 맞이한다. 정자 뒤로 수영장을 거느린 건물이 유포어촌체험마을안내소 건물이다. 이곳에서 갯벌체험, 통발체험 같은 것을 할 수 있다.

주차장 끝에서 바다를 등지고 왼편으로 들어선다. 이제 길은 마을을 지나는 아스팔트 도로다. 천천히 5분 정도 걸으면 마을 등성이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바래길 표지판이 있는 등성이 정상은 그야말로 기가 막힌 전망대다. 염해마을 전경이 눈에 들어오고 바다 건너 여수산단이 한결 가까워졌다.

풍광이 아름다워 몇몇 드라마를 촬영하기도 한 염해마을 등대.

◇긴 갯바위 해변을 따라서

염해마을은 옛날 사람들이 소금을 만들던 곳이다. 그래서 염전포(鹽田浦)라고 했다. 그러다 주변 세 마을이 통합되었는데, 다시 분리가 되면서 염해(鹽海)라는 이름을 얻었다. 여유가 있으면 마을 어항을 지나 갯바위가 있는 곳으로 넘어가 보자. 그곳에 하얀 등대가 있다. 제법 운치가 있어선지 몇몇 드라마가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기도 했다.

마을 어항을 지나 널찍한 해안도로를 따라간다. 모래사장이며 갯벌이 적당하고 보기 좋은 해변이다. 해안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조그만 다리를 건넌다. 그리고 바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자 또 등성이를 오르는 길이다. 주변 밭에 제법 자란 마늘 줄기가 바닷바람에 흔들린다.

곧 몽돌해변이 나온다. 남상마을이다. 가까운 바다에 고깃배가 몇 척 떠있다. 남상마을 앞바다는 원래 1급 청정해역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바다 건너 여수와 광양에 공단과 제철소, 발전소 등이 들어서면서 수질이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도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나는 해산물이 최고라고 말한다.

길은 계속해 바닷가 몽돌 바위 해변으로 이어진다. 걷는 길이 만들어져 있지만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풀이 우거진 곳이 많다. 가다 보면 하천이 하나 바다로 스며드는데 망운산 자락에 있는 작장저수지에서 흘러나와 작장마을을 지나온 물이다. 작장마을 어항을 지나 다시 바닷가 등성이를 오른다. 잠깐 산길을 걷다가 곧 갯바위 해안으로 빠져나온다.

상남마을 갯바위 해변 바위에서 해조류를 뜯는 할머니.

◇외계 행성에 온 듯한 풍경

바닷가 너럭바위를 지난다. 꽤 넓다. 오랜 세월 물이 흐르면서 바위에 물길이 생겼다. 실감할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이다. 그걸 보고 있자니 꼭 외계 행성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상남마을 어항을 지나 계속해 갯바위 해변이다. 파도에 닳아 독특한 모양을 한 바위들도 많다.

이곳 바위에는 톳이며 미역 같은 해조류가 많다. 곳곳에 망태기를 들고 나온 주민들이 바위에 쭈그리고 앉아 이것들을 따고 있다. 14코스 절반 정도가 이런 해변을 지나니 이름을 갯바위길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길을 잘 살펴 펜션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야 한다. 풀이 많이 자라 길을 놓치기 쉽다. 펜션 지역을 지나면 다시 바닷가로 향하는데 깔끔한 자갈 해변이다. 곧 예계마을에 닿는다. 예계마을을 통해 도로로 빠져나온다. 그대로 도로를 따라 걸으면 도착지인 서상여객선터미널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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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