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맥밀런 지음…마거릿 대처서 히틀러까지 시대와 체제 변화 불러온 16명의 성격·인간관계 조명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는 우발적 사건 혹은 의외의 인물에 의해 때론 그 방향을 틀기도 한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폴레옹의 키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식의 개인에 집중한 해석을 하기도 하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 사건에 대해 여러 가정을 해보기도 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역사 사용 설명서 : 인간은 역사를 어떻게 이용하고 악용하는가>로 잘 알려진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런 교수는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에서 개인의 특정한 성격이 어떻게 역사를 움직여왔는가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역사가 잔치라면 맛은 그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라고 역설하며 정치인과 탐험가 등 역사적 인물 16명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 시대적 배경, 성장과정, 인간관계 등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것은 만약에(What If)로 시작되는 질문들로 이끈다. 만약에 히틀러가 제1차 세계대전 때 참호에서 죽었다면? 만약에 윈스턴 처칠이 1931년 뉴욕 5번가에서 차에 치였을 때 치명상을 입었다면? 아니면 스탈린이 1921년 맹장수술을 받다가 죽었다면? 우리는 정말로 그런 인물들을 이야기의 어딘가에 넣지 않고 20세기 역사를 생각할 수 있을까?"(81쪽)라고 묻는다.

저자는 '대담한 사람, 오만한 사람, 나서는 사람'이라는 개인의 특정한 성향과 더불어 기록과 관찰의 위대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총 5장으로 나눠 사후 가정과 역사적 사실, '뒷공론'을 오간다.

제1장 '설득과 통솔의 리더쉽'에서는 '철혈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와 1920년대 캐나다 각 주를 사회적으로 통합한 윌리엄 라이언 매켄지 킹 총리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담았다.

제2장 '오만과 독선의 결과'에서는 합의가 아닌 명령과 힘으로 자신의 의지를 강요했던 인물로 마거릿 대처, 우드로 윌슨, 이오시프 스탈린, 아돌프 히틀러 등 흥미로운 인물 4명을 묶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들은 자신이 살던 시대 분위기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한 카테고리에 묶었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밝힌다.

대처와 윌슨은 헌법과 법의 지배, 자유언론과 시민 조직이 있는 민주주의적 사회의 지도자였지만, 스탈린과 히틀러는 대단한 권력을 쥐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네 국민의 몸과 마음을 모두 통제하기를 원하는 20세기형 독재자로 규정한다.

"오만은 언제나 극적인 운수의 반전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고 그리스인들은 생각했다. 윌슨과 대처는 정치적 패배라는 굴욕으로 처벌을 받았다. 히틀러는 세계를 지배한다는 자신의 꿈이 수포로 돌아갔음이 분명해지자 자살했다. 스탈린은 네 사람 중 유일하게 생전에 자신의 오만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그러나 내세가 있다면 그는 아마도 자신이 이루었던 모든 것이 전 세계 공산주의 몰락과 소련의 붕괴, 동유럽에서의 제국 해체와 함께 끝나고 말았음을 보았을 것이다."(143쪽)

이어 '용기'라는 특정한 자질을 통해 위험을 감수해 세상을 바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3장과 4장에 담았고, 제5장은 역사 속 특정 시대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는 당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몄다.

인물로 파고들어 역사의 흐름을 읽는 방식이 다소 낯설다. 그만큼 흥미롭다. 367쪽, 산처럼,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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