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 전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자!

박근혜 정권은 무능과 오만을 넘어 민주주의를 철저히 짓밟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거짓말만 일삼으면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무단으로 사유화하였다.

이른바 ‘비선실세’ 최순실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설문, 국무회의 자료, 인사결정을 미리 받아 허수아비 같은 대통령을 앞세워 대한민국의 국정을 농단하였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위정자의 비위만을 맞추려 했던 청와대 비서진과 각료들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여야 하는 공직자의 의무를 외면하면서 ‘왕조시대에도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했다.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전경련은 헌정질서 파괴 방조를 넘어 심지어 조장하였고, 지금은 자신이 피해자인양 행세하며 모든 잘못을 은폐하려고 한다.

수천만의 국민들은 분노한다. 우리 국민은 현 정권이 단순히 비리와 부정부패에 물든 정도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가장 기본적인 질서마저 유린하고 파괴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국민 어느 누구도 몰랐던 천박하고 탐욕스러운 괴물 최순실은 국가의 시스템 위에 군림하면서 나라를 개인 기업체처럼 운영하였다.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법치주의는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에게만 가혹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하는 학생, 취업준비생, 부모, 근로자, 공무원, 기업인, 상인, 농민들의 한숨과 눈물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 것인가?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무리는 처절한 노력과 희생 아래 어렵게 이룩한 대한민국의 모든 시스템을 사사로이 이용하고 농락하지 않았는가? 국민들이 왜 분노하는지 정녕 모르는가?

최순실로 표상되는 국헌문란과 국정농단은 특정 개인의 사악함에만 있지 않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고위 관료들, 정치인, 공안조직, 재벌 등 우리 사회의 지배 권력은 이 사태의 공범이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더더욱 그 잘못은 씻을 수 없이 무겁다.

최순실과 같은 민주주의 파괴범을 만드는데 책임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죄값을 치루어야 한다. 국정을 농단하였던 자들은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해서 얻은 이익은 모두 박탈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순실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철저하고 포괄적인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정법 뒤로 숨을 것이 아니라, 헌법정신으로 이들을 단죄하여야 한다. 지금 바로잡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살아날 수 없다.

변호사의 기본적 사명이 사회정의와 인권옹호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자 한다. 우리 변호사들은 대한민국과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소명에 따라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하여 대한민국을 바로잡고자 한다.

헌법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이어받아 조국의 민주개혁과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해야 한다. 3.15. 의거와 부마민주항쟁의 성지인 경남 지역 변호사들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을 지키고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국민의 한사람이자 변호사로서 요구하고 제안한다.

하나, 대통령은 퇴진하여 헌정질서를 회복하라.

하나, 헌정파괴행위에 가담한 자들, 알고도 방치했던 자들, 알지 못하였을 정도로 무능했던 기득권세력은 모두 국민 앞에 사죄하고, 겸허히 사법절차에 따르라.

하나, 정치인과 각 정당은 대한민국의 위기 앞에 자신의 정파 이익 추구를 멈추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역사적 의무에 충실하라.

하나, 처벌과 청산이 끝난 뒤에도 지금의 대한민국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는 헌정질서 문란이 시도될 수 없도록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을 중단하지 말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 경남의 변호사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다시 한번 선언하고, 역사 앞에 당당히 나서고자 한다.

2016년 11월 17일. 경남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황석보 외 108명.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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