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위원회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문화 융성이란 문화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확산돼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의 기본 원리로 작동하고 국가 발전의 토대를 이루며 국민 개개인의 행복 수준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고 밝히고 있다.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에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문화를 통해 사회 갈등 해소와 국민의 체감 행복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런 문화 융성의 기치에 걸맞게 지자체마다 문화예술을 통해서 도시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창의도시나 문화예술도시로 특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미 서울(디자인), 이천(민속예술), 전주(음식), 광주(미디어아트), 부산(영화), 통영(음악)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에 가입하면서 도시에 문화의 색을 입히고 있다. 대구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서두르고 있고, 광주는 우리나라 문화수도를 내세워 오래전부터 도시를 특화하고 있다. 또 구미시, 시흥시처럼 문화예술도시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의미와 기대는 분분하지만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1개 도시를 1년 동안 문화수도로 삼고, 그 도시의 개성과 특성에 맞게 정한 주제를 온 국민이 그해의 문화 화두로 그 도시의 독창적 문화·역사·철학을 부각시키고 문화예술로 표현하는 코리아문화수도를 추진하기도 한다. 이 사업은 지역 독창성을 살린 프로그램도 발굴·계승하지만 다수의 프로그램은 서울 등 대도시 위주로 이뤄지던 공연·전시·문화 이벤트 등 유명 콘텐츠를 지방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문화수도로 옮겨오는 것이 골자다. 이런 사업은 이미 유럽에서 시작돼 세계로 확산된 사업으로 도시의 자생력 있는 문화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축제를 구성하는 것이다.

창원시도 문화예술특별시를 선포하면서 2020년까지 460억 원을 투입, 공연예술 종합 연습공간·문화융합콘텐츠 개발센터를 설립한다고 한다. 창원시민들이 광역시급에 걸맞은 문화예술 향유권을 즐기면서 도시를 특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융성'의 정책과 함께 그 근원을 지역에서 찾고자 하는 지역문화진흥법 시행 2년째 성과는 전무하고 지자체별 계획 수립 방침만 허공에 남아 있다. 방침만 있을 뿐 아직까지 재원 확보 등 실질적인 지원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문화 부문의 수도권 투자는 빠르게 진행되면서 문화의 중앙 집중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국가적 문화 융성 사업의 예산안 개입으로 대한민국 문화예술계가 융해되고 있다. 지난 3년의 문화예술 정책을 주물럭거렸다는 보도를 보면서 문화 융성의 의미가 허물어지는 것이 보이고 공허한 지역 문화 진흥의 구호만 희미하게 들리고 있다. /황무현(조각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