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뒤집어놓은 막장 정치쇼…그러나

◇<경남도민일보>-<우리가 남이가> 공동기획방송 '보카치오'를 들으려면

- 웹 주소 http://www.idomin.com/, www.podbbang.com/ch/8406

- 포털 검색창에 '우리가 남이가 시즌2 보카치오'

-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서 '우리가 남이가' 검색

한 달에 영어 단어 세 개 정도 익히자고 정치 이야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정치 vocabulary' 열한 번째 시간입니다.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에서는 '보카치오'라는 제목으로 방송합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영어가 메인(main)이고 정치는 양념이니 '교육방송'을 표방합니다. 지난 4일 녹음했습니다.

chance (찬스) 기회, 가능성

아프다 대한민국! 이참에 제대로 치료하자!

갑갑한 일 많으시지요. 굳이 말을 해서 뭐하겠습니까. 오죽하면 거리에 그 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왔겠습니까. 그럼에도, 감히 첫 단어는 '기회'를 골랐습니다. 분위기에 맞지 않지요? 하지만 진심으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국정 농단은 갑자기 터진 사고가 아닙니다. 짧게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때부터, 길게는 한국 현대사에 두루 걸친 부조리가 가까스로 그 일부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참담하지요. 이게 나라 맞느냐는 한탄을 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모르고 살면 어땠을까요? 죽어가는 게 분명한데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다는 현실이 더 끔찍하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죽어가던 대한민국 사회가 이제야 아픈 부위를 찾아냈습니다. 치료할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먼저 지금 상황을 기회로 여기는 다양한 주체부터 짚었습니다. 당장 야권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거대 야당 소속 유력 대권 주자라면 지금을 누구보다 큰 기회로 여기겠지요. 그 뒤를 쫓는 유력 후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여당 내부는 가만히 있을까요? 권력 중심에서 떨어져 있던 사람들은 잃었던 주도권을 쥘 기회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진행자인 블로거 청보리는 "최순실 사태로 정리돼야 할 대상은 대통령, 청와대, 새누리당뿐 아니라 검찰, 국가정보원, 언론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빌붙어 무엇이든 누린 주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조직 안에서도 지금 사태를 기회로 여기는 주체가 있기 마련입니다. 저마다 계산기를 분주하게 두드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움직임을 감지하고 옥석을 가려내는 것도 우리 과제입니다.

결론은 지금 기회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에게 기회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정치판을 바꾸는 기회를 얘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판은 물론 이런 부조리를 허락한 우리는 이번 기회에 무엇을, 어떤 판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15일 오후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성남시민대회. /연합뉴스

victim (빅팀) 피해자, 희생자

나쁜 짓 거들어놓고 어디서 피해자 흉내야!

요즘 뉴스를 보면 아실 것입니다. 너도나도 피해자라고 합니다. 대통령도 피해자, 새누리당도 피해자, 돈을 갖다바친 대기업도 피해자라고 합니다. 뻔뻔하지 않습니까?

나쁜 짓을 거들어놓고, 그래서 이득을 봤으면서 들키니까 피해자라고 합니다. 대통령도 공범 아닙니까?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이 슬슬 대통령 개입을 언급하기 시작합니다. 새누리당도 공범입니다. 국정감사 때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야당이 요구한 증인 18명을 한 명도 채택할 수 없게 한 주체가 바로 새누리당입니다. 그래놓고 지금 와서는 그때는 몰랐다고 합니다. 몰랐으면 증인을 채택할 수 있게 했어야지요. 공범입니다.

돈을 건넨 재벌은 피해자입니까? 공범입니다. 삼성이 스스로 피해자라고 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삼성은 영민한 세력이었습니다. 다른 재벌이 실세를 헛짚고 있을 때 일찌감치 최순실을 찾아냈습니다. 최 씨 딸에게 갈 수밖에 없는 지원금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이라고 합니다. 권력을 찾아다니면서 돈을 바치는 피해자도 있습니까?

진행자 청보리는 "이런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세금 낸 국민이야말로 피해자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몇억 원, 몇십억 원 예산 따내겠다고 1년 내내 허덕이는 평범한 공무원이 있습니다. 이들이 중앙정부에 예산 결재받으려고 모든 인연을 동원해 가까스로 만나는 담당자가 5급 정도입니다. 말 한마디로 몇백억·몇천억 원을 주물렀던 사람 중에 피해자가 어디 있습니까? 4급까지 오르지 못하고 정년을 맞는 공무원이 대부분입니다. 트레이닝 좀 한다고 덜컥 3급을 다는 피해자도 있습니까?

블로거 흙장난은 "피해자라고 목소리라도 내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단물이라도 빨아먹었던 사람 같다"며 "상황이 이러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shamanism (샤머니즘) 샤머니즘

정치인과 역술가, 그 관계가 몹시 궁금하다!

'병든 사람을 고치고 저세상과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믿어지는 샤먼(shaman)을 중심으로 하는 원시 종교'.

샤머니즘 뜻입니다. 블로거 흙장난이 준비한 단어입니다. 녹음 초반에 샤머니즘 학습(?)을 잠깐 진행합니다. 요즘 흙장난이 준비를 많이 합니다. 최태민·최순실 부녀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를 설명하며 샤머니즘을 언급하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대통령 어휘나 행동 배경에 샤머니즘이 끼어 있다는 추정은 그냥 흘려듣기에도 갑갑한 내용입니다.

그러고 보면 박 대통령은 사람을 믿기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총격으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습니다. 더군다나 아버지는 최측근에게 당했습니다. 아버지를 그토록 따랐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매정하게 돌아섭니다.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말을 내내 곱씹었을 삶이었을 것입니다.

최태민이나 최순실이 단순히 사람으로 다가왔다면 그렇게 선뜻 마음을 줬을까 싶습니다. 사람 이상인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시점에 역술가 의견을 받는 유력 정치인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경남에도 지역 정치인을 자주 만나는 유명한 역술가 이름이 돌기도 합니다. 아무에게나 마음을 터놓기 어려운 정치인 특성 때문일까요? 자기 확신이 필요하기도 하겠지요. 여기저기 사는 게 쉽지 않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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