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협력업체인 ㈜대명엔지니어링이 KAI의 갑질에 회사가 고사 지경에 놓였다며 거리 선전전을 펼치는 것과 관련해 협력업체들이 대명엔지니어링 경영진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갑질 논란은 우리나라 기업문화와 사회 전반에 걸쳐 혁파해야 할 대상이다. 사회와 기업의 자정 노력도 있었다. 상생협력 등 정부 차원의 대책도 많았다. 그러나 아직 갑질 논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KAI와 대명엔지니어링의 논쟁을 주목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명엔지니어링은 부정거래 목적으로 3억 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올 2월 17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여기까지 보면 대명엔지니어링이 갑질이라며 KAI에 대한 거리선전전을 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청렴 거래를 위반한 것에 대해 기준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맞다. KAI 협력업체 40여 개를 비롯하여 관련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명엔지니어링 직원 150여 명은 이와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우선 법규 위반 건은 아직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뒤집힐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산업은행을 동원해 대명엔지니어링의 집회를 막으려 했으며 업체를 동원해 물량을 주지 말라고 종용하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았고 서로 주장이 상반되는 만큼 어느 쪽이 진실인지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중소 협력업체의 문제를 전체 협력업체들이 나서서 대응하는 것은 여태껏 보아 온 대기업 관련 갑질에 대한 대기업들의 전형적인 대응 행태와 너무나 닮았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명엔지니어링 직원들의 말대로 금품수수 논란은 KAI와 연관이 된 사건인데 관련 단체들이 총동원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이번 갑질 논란은 KAI가 협력업체 길들이기를 위해 한 업체를 고사시키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KAI는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유일한 존재이다. 얼마든지 갑질 논란을 일으킨 여느 대기업 이상의 길들이기를 할 수도 있다. KAI가 위상에 맞는 협력업체와 상생을 보여주길 바란다. 공기업적 형태를 띠고 있고 국가의 중요한 산업을 책임진 기업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자체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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