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외침이 달아오르고 있는 현재, 야권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답지 않게 이 난국에서 가장 무기력하다. 그나마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박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정하고 이에 집중하고 있다.

여론은 박 대통령 하야로 타오른 지 오래다. 최근 박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저인 5%로 나타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식물 대통령 선고를 받았다. 더욱이 지난 12일 서울 도심을 밝힌 100만 촛불 집회도 퇴로 없는 박 대통령의 처지를 촛불만큼이나 환하게 보여주었다. 촛불 민심에 놀란 새누리당 비박근혜 계열에서도 탄핵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아직도 민심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직후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했다가 막상 새누리당이 받아들이자 철회한 것에서도 나타났다. 이런 난국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들은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다. 추 대표는 대표로 선출될 때만 해도 당을 추스르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추 대표는 탄핵 정국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더니 박 대통령에게 양자회담을 제안하는 돌출행동을 보였다. 취소하긴 했지만 추 대표의 행동은 민주당의 힘을 더 소진할 뿐 아니라 위기의 박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영수회담은 정상적인 국정 운영 체제에서나 가능하지 정당성을 상실한 대통령에게 제안할 만한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을 영수회담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추 대표의 인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추 대표는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그의 퇴진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었다고 했지만 이미 그 일은 촛불이 충분히 해냈다. 추 대표가 할 일은 대통령 퇴진에 당력을 모으는 일이다.

국민은 국정을 사유화함으로써 국헌 문란을 일으킨 대통령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야권이 공조를 통해 박 대통령 퇴진을 압박하는 것만이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어수선한 당을 수습하고 야권을 결집하는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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