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추위 녹이는 한 입…장사하면서 가스 많이 마시는 고충 듣기도

요즘 밤에는 겨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날이 춥습니다. 추운 날에는 역시 붕어빵이겠지요? 산호동 도롯가에 퇴근길에 자주 보는 붕어빵 가게가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잉어빵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몇 년째 보고 있는데 겨울철이면 한 아주머니가 늘 같은 자리에서 잉어빵을 팝니다. 요즘 빵 값이 올랐다는데 이곳은 여느 해처럼 1000원에 3개 그대로입니다. 빵 맛도 좋습니다. 바람 많이 부는 건널목 곁이라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가게 앞으로 가고 맙니다. 어묵(오뎅)도 같이 해서 잠깐 추위를 녹이기엔 딱 맞죠. 얼마 전에 저도 이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 겨울에만 여기 계시는데 한 여름에는 뭐하세요?

"한여름에는 아무것도 안 합니더. 겨울에 하다가 3월 말 되면 철거합니더. 그라고 있다가 9월 말이나 10월부터 다시 하지예."

- 요 한겨울에 바람 많이 부는데요.

"예, 바람 많이 불어예. 많이 불어 갔고, 오뎅 불을 켜놓으면 껴져 뿌고 해서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예요. 그라고 여기 공기가 안 좋거든요. 겨울에 밀폐시키가 있으니까, 저녁때 되믄 머리가 아파요. 가스를 너무 많이 먹어가지요. 문 좀 열어두면 오뎅 불이 꺼지 삐고. 빵 굽는다고 바빠서 안 보고 있으면 오뎅이 식어가고 있고 그래예."

가스를 많이 먹는다니 병원에는 가보셨느냐고 물으니 그냥 웃고 맙니다. 먹고사는 일이 대체로 그렇지요. 이어지는 이야기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사실 가스를 많이 먹게 되니까 그게 걱정이 돼요. 한 날은 병원에 실려갈 뻔했어요. 그때 좀 어지럽고 그랬는데, 빵 굽는다고 바빠서 고마 있었거든요. 어떤 아저씨가 빵 사러 왔는데, 그 아저씨가 얼굴이 창백하다면서 가스 샜나보다 그카는 거예요. 그 아저씨 딱 보는 순간 머리가 삥 돌고 휘청하는 거라 고마. 그래 빵 굽는 거 놔두고 밖에 나가서 한참 있으니까 정신이 좀 드는 거예요. 그 아저씨 아니었으면 119 실리 갔을 기라요. 이거 하는 기 가스를 엄청나게 먹어요. 겨울에 장사 잘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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