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조 밴드 결성 공연 재능기부, 어려운 이웃에 웃음·용기 선사…낡은 경로당 고치고 회관 신축, 깨끗한 지하수 개발·공급도

김해시 주촌면 양동마을에는 마을 자랑거리인 '양동산성'이 있다. 28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 마을에는 '양동산성' 외에도 또 다른 자랑거리가 있다. 최덕호(60) 이장이다. 최 이장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철이 들 무렵인 청년기와 중년기는 김해 도심지에서 보냈다.

사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13년 전인 40대 후반에 다시 양동마을로 귀향한 이른바 '수구초심'형이다.

고향에 돌아온 이후부터 그에겐 '마을 지킴이'란 그림자가 운명처럼 따라붙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 주민들은 모두 홀로 된 고령층이다 보니 그래도 '젊은 어른'인 그가 나서지 않으면 마을의 여러 현안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 농사일을 하는 평범한 여느 시골마을 이장들과는 다르다. 나름 차별화된 '도시풍이 넘치는 스마트이장'으로 분류된다.

그래서인지 그는 예상치 못한 돌출행동도 많이 하는 편이다.

중학교 동기생 6명과 밴드를 결성한 최덕호 이장은 밴드에서 드럼을 치고 있다. 최 이장은 크고 작은 마을 행사에서 주민들에게 음악으로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색행동은 마을 노인들과 소외계층, 불우이웃들에게 웃음과 용기를 주고자 '밴드'를 결성한 점이다.

'밴드'는 중학교 동기생 6명으로 결성했다. 그는 이 '6인조 밴드'에서 드럼을 치는 '드러머'다. 다들 동기다 보니 서로 마음도 잘 통했다.

"비록 프로급 수준은 아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좋은 일 한번 해보자는 취지에서 동기들끼리 의기투합해 결성했다"며 결성배경을 전했다.

그는 밴드를 결성한 후 주촌면 경로잔치 때마다 '한약재의 감초'처럼 단골로 출연한다.

마을 주민들과 면민들에게 음악으로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서였다.

이뿐 아니라 틈날 때마다 김해지역 노인복지회관과 노인요양시설 등도 찾아다니며 노인들을 위로하며 희망과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음악 재능기부 외에도 그는 마을이장과 주민자치위원장, 번영회장까지 맡고 있다. 이런 여러 감투 탓에 마을의 크고 작은 궂은 일을 해결하는 것도 모두 그의 몫이다. 그러다 보니 큰돈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시골에 살면서도 개인비용을 지출할 때도 잦다.

"마을 어른들 대부분이 고령이라 경제력이 없는데 이장이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며 오히려 개인지출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는 올 상반기 면에서 개최한 '찾아가는 가을음악회'에 개인 비용을 들여 가수 2명을 초청해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마을이 안고 있는 여러 현안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마을 노인들의 희망이었던 낡고 오래된 마을 경로당 건물을 증축했고, 마을회관도 새로 지었다.

그는 이 두 건물 신·증축을 위해 하루에 수십 차례 시청을 개인 일처럼 오갔고, 지역 의원들도 일일이 만나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다행히 이런 노력 끝에 마을의 여러 현안사업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어떤 열정으로 해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당시 절박했던 기억들을 더듬어냈다.

그가 이 두 건물 신·증축에 집중한 데는 시골에서는 경로당과 마을회관의 경우 마을 주민들이 모여 식사도 함께하고 마을의 대소사도 함께 의논하는 주민들의 집단생활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는 마을 주민들의 식수문제도 말끔하게 해결했다.

마을이 고지대다 보니 주민의 절반은 시가 공급하는 수돗물 사각지대에 살고 있었다.

고지대에 사는 가구는 가압장을 설치하지 않으면 수돗물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이러다 보니 시 수돗물을 공급받는 주민과 비혜택 주민들 간의 마찰이 생겼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예 깨끗한 지하수를 개발해 마을 전 가구에 공급해 주민들 간의 불화를 정리했다.

마을의 최대 자랑거리인 양동산성 활용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양동산성을 복원 정비해서 마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했다.

매년 지자체의 찔끔 예산으로 정비하다 보니 산성 정비사업이 '중단과 공사재개'란 악순환만 반복하면서 정비사업이 제대로 진척이 안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8000여 평에 이르는 양동산성 내부와 외부에 꽃을 심어 이를 관광상품화하면 외지 관광객들이 마을로 대거 찾아올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언젠가는 양동산성에서 새해(1월 1일) 해맞이행사를 꼭 한번은 개최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