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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아이들은 국·영·수 대신 무얼 배웠을까요

[토요 동구밖 생태·역사교실] (9) 밀양
예림서원서 선조 떠올리며 공부하는 의미 이야기 나눠 밀양 독립운동가 살펴보기도
얼음골 숲속 자연변화 체감, 낙엽 수집해 조별 활동까지 할머니 사랑 담긴 사과는 덤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6년 11월 15일 화요일

◇역사탐방 밀양 예림서원~밀양박물관

가을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는 10월 역사탐방은 22일에 밀양 예림서원과 밀양박물관으로 떠났다. 두산중공업과 함께하는 토요동구밖교실 아홉 번째 프로그램이다. 사파보듬·창원상남·민들레·늘푸른·두레·한울 여섯 지역아동센터가 함께했다.

"오늘 역사 탐방지가 어딘지 알아요?" 질문을 던지자 올망졸망 꼬마친구들이 한목소리로 "밀양이요!" 한다. 철부지 개구쟁이들이 역사는 무슨~ 그럴 법도 한데 올 한 해 부지런히 역사탐방을 다닌 덕분인지 대답하는 목소리가 제법 다부지다. 가을은 어디로 떠나도 좋은 계절이다. 이 좋은 날 역사는 딱 하나만 머리에 담고 신나게 놀다 오자 했더니 아이들은 신이 났다.

아이와 선생님이 다함께 예림서원 독서루 2층에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독서루에서 내려다보는 단정하고 푸근한 전경이 오롯이 눈에 담긴다. "어때요? 멋있지요? 이 서원이 옛날 학교였어요." 가장 쉽게 설명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최고다. 서원이나 향교를 지나칠 때가 없지 않았겠지만 그저 옛날 건물이려니 여겼지 학교였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른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오늘 공부는 족하다.

밀양박물관 광장에서 놀이를 하는 모습./김훤주 기자

옛날 학교와 지금 학교가 무엇이 다른지 찾아보자 했더니 모양과 크기와 배우는 과목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배움을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지만 시대에 따라 배우는 과목은 다르기 마련이다.

지금 아이들은 국어·영어·수학·과학 그런 과목들을 죽어라 공부하는데 옛날에는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옛날에는 살아가는 근본을 배우고 익히는 데 힘을 쏟았다. 아마 한 30년만 지나도 학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만큼 변해 있지 않을까? 어쩌면 건물은 사라지고 교육·학습은 다른 형식을 띨 수도 있다. 사당과 교실·교무실·기숙사를 찾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몇 백 년 시간을 거슬러 신나게 돌아다녔다.

점심을 먹고나서 밀양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 오른쪽에는 나라를 위해 몸바친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 서른여섯 분의 흉상이 둥그렇게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암살>에서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요"라는 대사로 유명해진 인물도 있다. 명성은 백범 김구보다 못하지만 실제 활약은 훨씬 뛰어났다는 인물. 그래서 일제가 내건 현상금도 김원봉이 더 많았다고 한다.

밀양 예림서원 명물 소나무 아래를 지나는 두산중공업 봉사자 선생님과 지역 아동센터 아이들./김훤주 기자

독립운동가 흉상이 모두 몇인지 질문을 던진 것은 한 번이라도 자세히 돌아보라는 뜻이다. 아이들은 하나, 둘, 셋 숫자를 헤아려나간다. 밀양에 훌륭한 분이 참 많구나 그런 정도만 알아도 좋다.

두산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아이들은 이제 역사탐방이 낯설지 않다. 1년 동안 함께하면서 정이 든 아이들은 두산 선생님을 무척 잘 따른다. 진심을 다한다는 것이 상대방 마음에 어떻게 아로새겨지는지 센터 아이들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된다.

주말 한나절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두산 선생님의 진심이 역사탐방을 즐겁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두산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미션을 마치고는 박물관 광장에서 한바탕 뛰어논다. 역사탐방을 하는 보람이 아이와 선생님만의 것은 아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생태체험 밀양 얼음골 옛길~남명초교 솔숲

생태체험 10월 나들이는 22일 단풍 낙엽으로 가을을 느끼면서 소나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영은·덕산·굳뉴스·새샘·산호지역아동센터와 더불어 밀양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얼음골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물었더니 몇몇이 용케 "사과요!" 한다. "얼음골은 사과가 유명하지요. 꿀이 얼음처럼 박혀서 달고 시원하지요. 얼음골에는 멋진 옛길도 있어요. 전에는 자동차도 다녔지만 새 길이 나고는 거의 다니지 않아요. 요즘 한적하게 사람이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길은 무척 귀해요. 나무도 풀도 있고 사과도 어우러지는 멋진 길을 함께 걸어봅시다."

밀양 얼음골 옛길에서 단풍을 뿌리는 장면./김훤주 기자

얼음골 주차장에 내리니까 동네 할매 한 분이 사과를 팔고 있다. 아이들이 반갑게 웃는 낯으로 할매한테 "안녕하세요!!" 목청 높여 인사한다.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할매가 난데없이 아이들 손을 잡는다. "야들아~ 거 있어바라, 사과 좀 주께" 하시더니 하나씩 쥐여주신다. 아이들은 "우와!" 신이 나서 "저요 저요" 손을 내민다. 아이들이 받은 것은 사과가 아니라 넉넉한 인심이었고 푸짐한 사랑이었다. 쥐여주신 사과는 상처 나거나 벌레먹어 팔 수는 없고 맛보기로 내어놓을 것이지만 선생님들은 이러다 장사 밑천 거덜나겠다 싶었던지 아이들을 서둘러 몰아 다리를 건넌다.

줄잡아도 열대여섯은 주었지 싶어서 살짝 미안한 마음에 만 원 한 장을 건넸더니 "장사할라꼬 한 기 아이라!" 하시며 토실토실한 열두 알을 미어지도록 담아주신다.

반가운 마음에 사과를 나눠주는 할머니./김훤주 기자

얼음골 옛길은 콘크리트가 깔린 양 옆으로 나무가 늘어서 있다. 자동차는 거의 다니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고 기웃기웃하며 낙엽을 주워담는다. 쑥부쟁이, 구절초, 머위, 고들빼기, 나팔꽃이나 메꽃도 담는다. 도토리나 밤, 솔방울과 잣을 줍는 친구도 있고 떨어진 사과를 씻어 깨무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마음을 단풍으로 물들이고 얼굴은 꽃으로 피어났다.얼음골 들머리에서 동명마을회관까지 걸은 다음 버스를 타고 남명초교 솔숲으로 옮겨갔다.

먼저 점심 도시락을 먹고는 앞서 모은 잎과 꽃들로 조별로 꾸미기를 한다. 저마다 열심으로 하는 가운데 살펴봤더니 어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인가에 따라 작품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두툼하고 굵고 빡빡한 센터가 있는 반면 가늘고 섬세하게 채우거나 여백을 살리고 스케치하듯 가을을 나타낸 센터도 있다.

이어서 '소나무 도전 골든벨!' 가을 햇살 속 솔숲 그늘에서 겨레의 삶과 함께해온 소나무에 대해 즐겁게 알아보는 시간을 마지막으로 삼은 나들이였다.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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