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은 관계인집회에서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을 가결하고 법원이 계획안 인가를 하면서 기업 회생절차로 나아갔다. 일단 기업이 사라지는 위기는 벗어났지만 이제부턴 새로운 경영위험을 어떻게 넘어설지 하는 게 관건이다.

먼저 STX조선해양과 거래했던 납품업체들은 상거래채무의 8%만 현금 변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납품 대금 대부분이 인건비 성격이 큰 탓에 지역 중소납품업체 줄도산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많다. 만약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조선산업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에도 부합하지 않으면서 건조 능력의 개선은 고사하고 퇴보하는 역설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STX조선해양은 어떻게든 살았지만 거래 중소기업들의 생존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조선산업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3·4분기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산업생산 지수는 1년 전보다 6%나 감소했는데, 이 수치는 2009년 1분기 9.9% 감소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이다. 1996년 이후 지금까지 동남권 산업생산이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의 5분기(1997년 4분기∼1998년 4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인 3분기(2008년 4분기∼2009년 2분기)라는 사실을 비교하여 보면 현재 동남권 경제벨트는 14분기째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다시 말해 STX조선해양이라는 개별 기업의 한계나 문제가 드러난 게 아니라 제조업의 대표산업인 조선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방향은 선박건조 일변도의 조선(Ship Building)산업을 선박서비스를 포함한 '선박산업'(Ship Industry)으로 전환한다는 데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LNG 연료추진선이나 무 평형수 선박과 같은 친환경 건조, 중소조선사는 선종의 특화와 전문화, 해양플랜트 부문은 기자재 국산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의 수주절벽을 피하기 위해 우선 2020년까지 군선과 같은 공공선박 63척 이상 7조 5000억 원 규모를 조기 발주할 계획이지만, 중소 부품업체의 생존을 돕는 정책은 여전히 빠져있다. 이렇게 빈 구멍이 많은 정책을 광역지자체 단위에서라도 메우는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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