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열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촛불시위 후 정치권이 각자 셈법으로 파장의 높낮이를 계산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히 청와대의 동정일 것이다. 휴일이지만 비서진 전원이 나와 구수회의를 열고 대응법을 숙의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언컨대 그들만의 힘으로 난국을 뚫고 나갈 수 있는 묘책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100만 군중이 서울에 운집해 대통령 퇴진을 부르짖었다. 지방의 열기도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를 향해 울려 퍼진 함성은 '박근혜 하야'로 모였다. 민심이 천심이라 하지 않았는가. 민심의 강은 도도한 촛불의 바다가 되어 파도 쳤고 대통령은 여러 번 기회가 있었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와 해명으로 국민적 울분을 더했을 뿐이다. 분노한 민심을 달래고 찢어진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음은 자명하다.

지금의 경우 결단을 다른 말로 하면 선택이다. 국민의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여 그에 상응하는 특단의 해결책을 모색할 것인가 아니면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버티기로 일관할 것인가의 양자택일이 그것이다. 성난 민심이 원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권력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하나다. 국정농단의 책임을 지는 한편 그 뼈아픈 실책을 보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실천적 선제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당적을 그대로 가진 채 열 번 백 번 궁리를 해봐야 정치권의 대화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뿐만 아니라 국면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을 것이다. 책임총리제든 거국중립내각이든 그와 관련한 일체의 정치적 선명성을 오해받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자진해서 중립지대에 서서 불편부당의 허심탄회한 토론과 공론화의 무대를 보장함으로써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확신을 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런 다음 성실한 사과와 해명으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두 번에 걸친 사과가 지극히 부족했기 때문에 국민적 분노를 키웠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진실을 알려 과오를 털겠다는 각오로 최순실 씨와 문고리 3인방 및 주변 핵심인물들이 저질러온 국정농단의 실상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롭다. 권력을 내려놓은 후 대통합의 차원에서 수습책을 논해야만 지금의 국란위기가 비로소 진정될 수 있다는 것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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