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경남도는 지리산댐(문경댐) 건설의 근거로, 유럽 인구의 85%가 댐과 지하수를 식수로 쓴다고 주장해 왔다. '유럽형 식수댐'을 본받아 도민의 식수원을 낙동강에서 식수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홍 지사의 지론이다. 그러나 10일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여영국 의원은 유럽은 식수를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으며, 식수댐 이용도는 낮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올해 10월 EU 유럽위원회가 발표한 식수 품질 통계 보고에 따르면, 2011~2013년 EU의 식수원 비중은 지하수가 50%이고, 식수댐이 포함된 지표수는 36%로 나타났다. 경남도는 스페인 1200개, 프랑스 550개 등 유럽에 7000여 개의 댐이 있음을 들어 유럽이 식수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근거가 없는 셈이다. 많은 댐이 있는 스페인과 프랑스도 지하수가 가장 주요한 식수원이다. 경남도가 유럽 식수댐과 지하수를 하나로 묶어 댐 건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는 것도 합당하지 않다. 댐을 지어야 하는 근거로 삼으려면 유럽에서 식수댐 비중 통계부터 확인해야지 눈가림식 통계로 강변할 일이 아니다.

유럽인이 깨끗한 물을 먹는 이유는 식수댐 때문이 아니라 물 관리에 있다. EU는 물의 위생을 조사하는 전담기구를 두고 해마다 회원국 식수의 유기물질, 세균 농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오염이 심하다는 이유로 낙동강을 포기한 홍 지사와 달리 프랑스 센 강의 경우 주민들의 주요한 식수원 중 하나다. 유럽의 사례를 배우겠다면 그들이 강물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 배워야 한다. 강물을 포기하고 다른 데서 식수를 끌어오겠다는 발상은 물길이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조차 무지한 발상이다.

낙동강이 오염되었는데 지리산 물인들 언제까지고 깨끗할 수 없거니와 경남도 계획대로 지리산댐을 비롯하여 중소형 댐을 건설하다가는 남강물의 고갈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