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풀뿌리 축구 구축 공헌…암 투병 속에서도 창원시청 4강 이끌어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박말봉 감독이 지병으로 지난 10일 별세했다. 향년 60세.

박 감독은 2005년 창원시청팀 창단의 초석 역할을 했으며 이후 11년째 팀을 이끌었다.

창원시청은 2006년 내셔널선수권 우승에 이어 2009년에는 리그 통합 우승의 역사를 썼다. 올해까지 5년 연속 내셔널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박 감독은 창원 '풀뿌리 축구'의 축을 구축한 것도 큰 평가를 받는다.

1977년 창원 연고 실업팀 동양기계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창원 상남초, 토월중, 창원기계공고 축구팀도 맡았다. 동양기계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은 모두 박 감독이 창단했다.

박 감독은 창원시청 외에도 풋살 국가대표팀(2006~2007), 비치사커 국가대표팀(2008), 동아시아대회 국가대표팀(2013) 등을 이끌며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박 감독은 자율축구를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축구로 정평이 나있다. 그 배경에는 끈끈한 신뢰의 '형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지도자와 선수 사이가 수평적인 분위기를 유지할 때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한다고 믿고 실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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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말봉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감독./경남도민일보DB

이러한 지도력은 2014년 창원시 운동부 축소 방침에 따른 예산 축소로 팀이 직격탄을 맞았을 때도 큰 역할을 했다.

팀은 그 여파로 지난해와 올해 선수 25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을 원만하게 치르기에는 다소 부족한 전력 탓에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예상과는 달리 창원은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낸 것이다.

그가 키운 제자 중에는 전북 현대에서 뛰는 국가대표 수비수 김창수를 비롯해 김해국 조선대 코치 등 많은 이들이 현역에서 충실히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감독은 위암이 전이되면서 갑자기 몸이 쇠약해졌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은 뒷전으로 하고 올해도 창원시청 감독을 맡았다.

그는 올해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2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경주한수원과의 4강 플레이오프 경기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당시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초겨울 날씨 속에 초췌하고 힘겨운 모습으로 선수들을 지휘하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것이 박 감독이 팬들에게 보인 마지막 모습이었다.

오진열 창원시축구협회장은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몹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주변에 에너지를 전했던 분이다. 특히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었다. 돌아가신 전형두 전 경남축구회장이 경남 축구의 별이었다면 박 감독은 역시 경남 축구의 선구자이자 창원 축구의 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고인이 장례는 창원시축구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창원상복공원 2층 8호실이며 발인은 13일 오전 7시 30분이다. 장지는 창녕군 영산면 선령으로 정해졌다. 연락처 창원시축구협회 박광호 전무이사 010-4548-9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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