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박나리 지음, 퓨전 음식서 디저트까지 부산 곳곳 숨은 맛집 소개…실력·맛 우선한 선정 주목

11월 7일은 한국 미식계에 의미 있는 날이다. 식당 평가지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판(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을 낸 날이다. 전 세계에서 28번째, 아시아에서 6번째다. 미쉐린 스타는 5가지 평가 기준이 있다.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가온'과 '라연'이라는 한식당이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았다. 총 24곳의 식당이 별을 받았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올해 한국 미식계의 큰 소식임은 분명하다.

11월 7일은 부산 미식계에 의미 있는 날이다. 부산일보에서 10여 년 음식 소개하는 일을 해 오고 있는 박종호 기자와 작년부터 맛집을 담당하는 박나리 기자가 <부산을 맛보다 두 번째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두 번째 이야기라 함은 박종호 기자가 이미 5년 전에 <부산을 맛보다>를 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5년 전 그 책을 읽고 '사람 냄새나는 맛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부산을 맛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전작과 비슷하면서 다르다. 부산을 권역별로 나누고 그 지역에 있는 맛집을 빼곡하게 적어 내려갔다. 또 음식을 주제별로 묶어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전작이 음식 이야기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 맛집에 공을 들였다면 이번에는 가게 하나하나에 마음을 쓴 노력이 보인다. 사실 이 부분이 아쉬웠다. 하나의 음식 주제 속에 유래나 발전을 이야기하고 이어 맛집을 소개하던 전작이 살짝 그리웠다. 그러나 같은 주제의 책에서 다시 부연 설명할 이유는 없다.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가게들의 실력이 출중함을 생각하면 책에서 우열을 가리기보다 독자에게, 그리고 고객에게 판단을 맡긴 듯하다.

개항 후 일본인들이 살았던 곳, 한국 전쟁 때 피난지, 경제 성장 시기에 먹고살기 위해 자리 잡은 곳, 그리고 바다를 보고 싶어하고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시기별로 부산이 만나고 보듬었던 다양한 사람과 음식을 생각하면 퓨전이 될 법한데 부산은 신기하게도 그것들을 부산 음식으로 재탄생시켰다.

부산은 지역색이 어느 곳보다 강하게 드러나는 동네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이런 지역에서 맛집 전문 기자를 한다는 것은 복이다. 노포로 음식의 역사를 파고, 새로 생긴 식당으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음식의 정(靜)과 동(動)이 어우러지니 글감 떨어질 일은 없겠다. 물론 맛집 취재의 수고로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10년 동안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일은 지난하다. 경험이 쌓이고 내공이 붙을수록 더 조심스러울 것이다. 필자도 맛집 다니고 사진 찍고 가끔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취재할 맛집 고르고, 음식을 먹고, 주인장 만나 이야기 나누고, 지면에 실을 사진을 고민하고 음식 이야기를 글로 뽑아내는 일련의 과정이 일이 된다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래서 책을 곱씹게 된다.

책 단락마다 말미에 나오는 '음식만사'를 먼저 읽어 보기 바란다. 박종호 기자의 맛집 기자 10년에 삶을 관조하는 깊이와 여유로움을 느껴보시라. 264쪽, 산지니, 1만 6000원.

/이정수(블로그 '흙장난의 책 이야기' 운영)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