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급 자체가 새삼스럽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요구가 빗발치는 것은 국민이 위임한 정치권력을 사사로이 행사한 것 때문이다. 지지도가 5% 남짓한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 그런 대통령과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같은 지극히 위험하며 민감한 사안을 체결하려는 것은 시의적으로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을 납득시킬 수도 없다.

경남 도내에서도 박근혜 정부를 반대하고 대통령의 하야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이제는 대학생과 일반 도민까지 거국내각 구성과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두 차례 사과했음에도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된 책임은 오로지 박 대통령에게 있다. 국정농단에 이어 책임을 회피하는 것까지, 국민이 용서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국민이 준 권력을 국민이 거두려는 것도 당연하다. 법에 정해진 임기가 주는 의미도 민주주의 근간이기는 하다. 하지만 국민의 전면적인 거부 상황에서는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국가를 온전히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대로 대한민국은 지금 위기이다. 정치가 회복 불능에 빠진 지금 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뿐이다. 그것이 국가적 위기를 모면하는 길이며 미래를 볼 수 있게 하는 단초인 것이다. 진작 해야 할 일은 안 하면서 일본군 성 노예 문제 등에서 이미 국민적 수치를 안겨준 것도 모자라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은 도대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공조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의 재무장을 돕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재무장 이후 일본은 한반도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으며 대일외교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이쯤이면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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