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교육부장관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고시를 촉구했다. 역사관련 단체들과 다른 지방자치단체 교육감들도 국정화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역사학계와 교육감들이 잇따라 움직이는 것은, 오는 28일 정부가 역사교과서(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를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놔두면 내년부터 중·고교에 국정 역사교과서가 배포된다.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시작된 지 1년 만이다. "혼이 비정상"이라는 유명한 말도 여기에서 나왔다. 1년 남짓한 준비 기간이 보여주듯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반대에도 군사작전 치르듯이 일방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왕조 시대 백성 대하듯 국민을 배제하다 몰락에 이른 박근혜 정권의 본질을 집약해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과도 같다. 다양한 해석을 억누르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만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부터 독재정권에서나 나올 수 있는 발상이다.특히 박근혜 정부에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급했던 것은, 왜곡된 교과서를 통해 자기 아버지의 전력과 자신의 뿌리인 친일과 독재에 면죄부를 주기 위함도 있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것에 대한 앙심도 크게 작용했다. 역사교과서를 제작하는 과정도 비정상이었고 반민주적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는 최순실 씨의 그림자도 일렁이고 있다. 최 씨 같은 비선 라인이 국정을 농단했음이 밝혀지면서 국정화도 최 씨의 작품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정화 실무 작업을 주도했던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최 씨의 측근인 차은택 씨의 친척으로 드러났다. 항간에서 국정 역사교과서가 '최순실 교과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검찰의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최 씨가 국정화에 개입한 것이 맞는지, 개입했으면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특검을 통해 반드시 밝혀야 한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에는 중·고등학생들도 참여하고 있다. 박 정권이 저지른 가장 큰 과오에 나라의 미래가 희생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