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행복한 마을 만들려 매일 돌아다니며 주민 챙겨…밝고 친근한 모습으로 화합 다져

사천시 벌용동 18통 손행순(51) 통장은 10년간 통장으로 활동하면서 건강과 젊음을 되찾았다고 한다.

손 통장은 지난 2006년 방자원 전 통장의 추천을 받아 18통 통장이 됐다. 당시 손 통장의 몸무게는 45㎏. 1m 70㎝에 가까운 큰 키에 비하면 매우 연약한 편이었다. 이 때문인지 매년 환절기마다 알레르기성 질환에 시달렸고, 비오는 날은 뼈마디가 욱신거렸다. 특히 여름에는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려 골골거리기 일쑤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 통장이 "통장을 맡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남편(53)과 두 아들 등 가족들은 펄쩍 뛰었다. 당연히 가족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심했다. 손 통장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미 마음 한구석에는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깨끗하고 조용한 마을로 만들고 싶은 것은 물론 주민들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마을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버린 것.

손행순 통장은 10년간 통장으로 활동하면서 건강과 젊음을 되찾았다고 한다.

손 통장과 가족들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던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통장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루에 한 번씩 마을을 걸어다니며 재해 위험지역이 있는지 살펴보다 보니 손 통장의 건강은 자연스레 좋아졌다. 늘 따라다니던 각종 질환들이 사라져 버렸고, 몸무게도 52㎏으로 늘었다. 통장 초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사천시보 200장 들기'도 이제는 무난하다고 자랑을 한다. 특히, 혼자서 살고 계신 7명의 노인을 찾아가서 '이것 저것' 챙겨주는 것은 물론 말벗이 되어주고 있는데,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화를 나누면서 신체적 건강만큼 정신도 건강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손 통장은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복 많이 받아라', '고맙데이', '건강해라' 등 칭찬 마사지를 받는다고 한다. 당연히 피부가 고와지고 얼굴도 예뻐지더라는 것.

손 통장의 '10년 통장' 비결은 주위 사람들의 든든한 지원이라고 한다. 봄에는 영산홍, 가을에는 국화를 보내주는 어르신이 있다. 젊은 시절 학교 소사(사환)를 하셨던 어르신인데, 꽃으로만 응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손 통장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 손 통장이 마을을 비울 때면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 구석 구석을 둘러본 뒤 보고를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도움을 준다. 손 통장은 이 어르신을 부통장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장기집권(?)에는 밝은 성격도 한몫을 거든다. O형 같은 AB형이라는게 손 통장의 설명이다. 7년 전부터 60대에서 80대 어르신 20여 명과 함께 골목계를 만들어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총무를 맡고 있는 손 통장은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18통 손행순 통장의 18번은 '해운대연가'이고, 19번은 '찔레꽃'이다. 젊은 사람이 어르신들의 취향에 꼭 맞는 노래를 부르는데,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물론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고 웃어주는 등 성격이 밝았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의욕만 넘치던 초보 통장시절, 그것도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무더운 여름날의 일이다. 가가호호 방문을 하던 손 통장은 목이 말랐다고 한다. 그러나, 물 한잔 달라고 부탁하지 못했다. 처음 본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이때 마침 어르신 한 분이 조그마한 동네슈퍼에서 손짓과 함께 큰소리로 외친다. "통장아 힘들제, 이리 온나, 이거 한 개 먹고 가라." 손 통장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간식이 아이스크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이런 손 통장도 주민들로부터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5∼6년 전 한 아파트에 가스배관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했는데, 외부업체를 불러 일을 시키고 있었다. 손 통장의 생각은 달랐다. 지역업체에서 공사를 맡아서 진행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수공사하기가 쉬울 것이라는 게 손 통장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업체를 바꿨다. 그러자 일부 주위 사람들은 "뭐를 얻고 공사업체를 바꿨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이들의 의심은 손 통장의 인기를 더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 태풍 때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면서 가스배관을 건드려버렸다. 대부분 주민들은 거의 일주일 정도는 가스를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하루 만에 가스가 공급된 것이다.

손 통장의 높아진 인기에 따라 마을은 더욱 깨끗해지고 더욱 조용해진다. 흔하디 흔한 아파트 층간소음에 따른 말다툼도 없다. 아래 윗집 간에 불만이 생기면 중간에서 조율을 하고, 서로 이해를 시킨다. 판관 포청천이 따로 없다. 요즘에는 좀도둑도 없어진 데다 마을이 깨끗해지면서 사천 관내에서는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