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돋보기]김해 허왕후 기념공원 조성 사업 성공할까

김해시가 가야국 시조대왕 김수로왕과 결혼한 인도 공주 허왕후(허황옥)를 기리고자 이른바 '허왕후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가야역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허왕후 신행길과 연계한 다양한 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다.

시가 추진하는 허왕후 기념공원 건립장소는 불암동 장어터운 주변 근린공원이 유력하다. 이곳 면적은 2만 3000㎡에 이른다. 시는 내년에 1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기념공원조성 타당성 조사와 실시설계용역을 할 예정이다. 기념공원은 오는 2018년까지 실시설계를 마치고, 20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0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왜 추진하나 = 인도에는 허왕후 기념공원이 조성돼 있지만 정작 허 왕후의 '시집'인 김해시에는 기념공원이 없다. 여기다 가야왕도를 시 대표브랜드로 내건 김해시로서는 허 왕후를 빼고는 금관가야의 종주국임을 자랑할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인도와 김해에 나란히 기념공원을 조성해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허황후의 고향인 인도에서 방문한 하원의원 일행들이 김수로왕릉 앞에서 왕릉을 바라보고 있다. /김해시

두 지역에 기념공원이 조성되면 한국과 인도 국민 간의 상호 교차방문으로 관광분야 뿐만 아니라 경제분야까지 다양하게 교류도 확대 가능하다.

◇공원 추진하는데 걸림돌은 없나 = 문제는 어떻게 예산을 확보하느냐다. 현재 이 기념공원조성 사업에는 약 1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예산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 시가 계획한 예산확보 방안은 대략 두 가지다.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지역행복생활권사업이나 지역개발특별회계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역행복생활권사업에 지정되면 국비를 50% 지원받을 수 있다. 나머지 절반은 도와 시비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는 지역개발특별회계사업으로 추진해도 국비 50%를 지원받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 최종적으로 지정되기까지는 넘어야 산이 많다. 두 사업에 모두 지정되더라도 기념공원조성 공사비만 지원받을 뿐 공원에 편입될 토지 보상비는 모두 시비로 충당해야 한다.

시의 연간 가용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점과 경남도 역시 시의 의도대로 순순히 응할지도 불투명하다.

◇기념공원조성사업이 성공하려면 = 시가 경남도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허왕후란 캐릭터는 단순히 김해시 차원에서 머물게 하기보다는 경남도 차원에서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허왕후를 경남도 문화자산으로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결혼 1호에 모계 성씨를 물러준 여성평등의 대표적 인물로도 손색이 없다. 경남도가 도 차원에서 나서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산시는 이미 인도 유피주(인구 2억여 명)와 자매결연을 맺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도가 중국 다음으로 관광강국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허 왕후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 허 왕후의 고향인 인도 아유타시는 지난 2000년에 허왕후기념공원을 조성했다. 김해에는 역사적 기념물이 없다. 다행히 국내 허왕후기념관 건립사업은 지난해부터 가시화됐다.

인도 모디 총리는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는 자리에서 인도에 있는 허왕후 기념공원을 확대 정비하겠고 밝혔다.

두 정상은 기념공원 정비사업 비용으로 인도가 90억 원을 부담하고, 한국정부는 실시설계와 감리비용 10억 원을 내기로 합의했다.

인도는 허 왕후를 국가 차원에서 관광자원과 한국과의 경제교류를 삼는 자산으로 여겨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역 차원인 김해시 차원에서 추진하는 행태여서 상호 간 격이 많지 않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시 관계자는 "허왕후 기념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가야역사가 김수로왕에만 치중했던 데서 탈피해 허 왕후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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