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함양> 결혼이주여성 기자 소소한 이야기 지역민 공감대
<옥천신문> 육아일기 지면 연재
<중부매일> 대학생 'U 리포트'
참신한 소재로 젊은층 소통 창, 2200명 청소년 <국제신문> 거쳐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매년 '지역신문 컨퍼런스'를 진행합니다. 그해 지역신문이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를 발표하고, 시상하는 자리입니다. 올해 주제는 '독자의 힘, 지역의 힘'이었습니다. 행사는 지난 4일 대전 KT 인재개발원에서 열렸습니다. 이 날 소개한 다양한 주제의 발표 중 특별 세션으로 진행한 지역민 참여보도 부분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는 기자가 아닌 독자가 직접 지면 제작에 참여한 사례들입니다. 이런 시도들이야말로 지역신문이 해야 할 노릇 중 하나지요. 올해는 모두 6개 신문사에서 참여한 지역민들이 발표를 했습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경남 함양에서 발행되는 <주간함양>은 올해 '다문화 새댁들의 좌충우돌 함양 적응기'를 연재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지난 4월 시작해 지난달 말까지 모두 75편의 글이 실렸네요.

"저는 베트남에서 온 누엔티녹프엉입니다."

이날 발표를 하러 나온 주간함양 다문화 시민기자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지난 2007년 한국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처음에는 '안녕하세요' 말고는 한국어를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남편과도 의사소통이 힘들었지요. 그런 그가 한국어를 배우고 원어민 강사 자격증도 딴 이야기, 공장에서 일하다가 다친 이야기 등을 담담하게 풀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글쓰기는 그에게 많은 변화를 안겨줍니다. 처음 신문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과연 글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함양에서 다문화 가족도 '우리'라는 사회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모두가 다문화 시민기자들의 진솔한 글쓰기 덕분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발표를 마무리합니다.

"저는 한국인 천선혜입니다."

<주간함양> 다문화 시민기자 천선혜(베트남) 씨./이서후 기자

◇아기 엄마 파이팅

시작부터 왁자한 발표였습니다. 충북 옥천에 있는 <옥천신문>에서 온 '마마스'팀입니다. 엄마들의 마법 같은 스토리를 줄인 말이랍니다. 이들은 모두 갓난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한 카페에서 이들이 모여 글쓰기 모임을 만들고, 이런 글쓰기가 육아일기 형태로 신문에 연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올 한해 50여 편 정도의 글이 실렸고요. 신문 연재 글쓰기를 통해 이들의 생활이 많이 바뀐 것은 큰 소득입니다. 이날 발표를 한 김지영 씨는 심한 산후우울증을 겪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문에 글을 쓰고, 신문사와 관련한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육아에 관련한 글인 만큼 아직도 소재는 무궁무진하며, 신문 연재가 이대로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털어놨습니다. 이들의 글쓰기 역시 앞의 다문화 시민기자처럼 솔직하고 담백함을 큰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글을 모아 책을 내고, 마마스란 브랜드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꿈이 지역신문을 통해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나도 기자다!

충청권 종합일간지 <중부매일>에서는 대학생 기자가 나와서 발표를 했습니다. 중부매일은 올해 지역 대학생 6명으로 대학생기자단을 구성했습니다. 이들은 'U 리포트'란 섹션으로 매달 전면 하나를 채웁니다. 기획회의와 취재, 마감까지 과정은 신문기자 못지않습니다. 젊은 친구들다운 아이디어와 취재로 제법 반응이 좋다고 하네요. 그동안 쓴 기사를 보니 대학 내 학과 통폐합, 여성혐오·남성혐오 논란, 외모지상주의, 청년 창업 성공기 등 주제가 다양합니다. 사실 대학생들이 보기엔 지금 지역 신문들의 글쓰기는 좀 늙었지요. 주로 중장년 여론 주도자들을 주 독자로 삼고 있으니까요. 대학생들이 직접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들이 완성도는 떨어질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보기에 자신들과 가까운 주제고, 나이 든 어른들이 보기에도 참신한 내용일 겁니다. 이런 시도는 젊은 세대가 뉴스를 만드는 주체가 되어 지역 신문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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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대학생기자단이 취재한 유리포트 지면.

◇역사 오랜 중고생 기자단

부산 지역 종합일간지 <국제신문>에서는 중고생 기자단 활동을 하는 학생이 나왔습니다. 이 기자단은 무려 21년째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는 1년 단위로 부산지역 중2~고3인 학생 중 학교장 추천을 받아 구성하는데요. 올해까지 2200명이 거쳐 갔답니다. 이들이 이후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지역 신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랜 역사가 있는 만큼 취재도 체계적입니다. 인터넷 카페에 아이템들이 올라오면 다른 기자들이 이런저런 조언을 합니다. 이렇게 완성한 기획안으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씁니다. 그렇게 어른들의 눈에 보이지 않던 자신들만의 이야기가 지면에 실리는 거지요. 더러 날카로운 시각으로 학교와 교육 문제를 꼬집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니, 어른 기자들도 바짝 긴장을 해야 할 듯합니다.

<국제신문> 중고생기자단 최은기 학생./이서후 기자

◇시민기자의 힘

때로 시민기자들이 작성한 기사가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이들은 현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속초에 있는 주간신문 <설악신문>의 엄경선 시민기자와 경북 영천에 있는 <영천시민신문>의 박순하 시민기자가 그랬습니다.

설악신문 엄경선 시민기자는 속초 '아바이마을'에 정부가 10만 톤급 크루즈항을 지을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민들도 모르던 일이었지요. 정부는 이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밀어붙일 기세였지요. 엄 기자는 경제효과가 과장됐다는 사실과 크루즈항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아바이 마을 바다 풍경과 관련해 연속적으로 기사를 씁니다. 결국, 정부는 크루즈항 건설 계획을 축소하게 됩니다.

영천시민신문 박순하 시민기자는 지역 신문 기자로서의 신뢰를 바탕으로 영천 지역 문화재 보존과 발굴에 큰 이바지를 합니다. 영천에 있는 용화사란 사찰의 주지는 오래전부터 영천 관련 유물을 수집해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가치와 수준이 상당했다고 합니다. 관련 기관이 욕심을 낸 것은 당연하지요. 하지만, 스님은 박순하 시민기자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행사를 기획하게 됩니다. 이런 유물을 소개하고, 전시회를 여는데 박 시민기자의 기사와 아이디어가 바탕이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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