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 때 갯벌로 나가 따온 생굴, 길 묻는 발길 붙잡고 선뜻 건네

남해바래길 8코스 진지리길. 바닷가 제방을 따라 걷다가 해변에 웅크려 무언가를 하는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이정표가 없는 코스인 탓에 마침 길이 헷갈리던 참이었습니다.

다가가 길을 물었지요. 무덤덤하게 길을 알려주고 다시 하던 일을 하던 노부부.

가만히 보니 굴을 까고 있습니다. 한옆에 놓인 냉면 그릇에 깐 굴이 가득합니다.

- 이거 꿀(굴의 남해 사투리) 아입니꺼, 어디서 가져 오셨는데예?

"저 밑에 바다서 떠 가왔지예."

- 배를 타고예?

"다라이로 해가 왔지."

썰물 때 갯벌로 나가서 따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길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뒤통수에다 대고 소리를 칩니다.

"꿀 하나 자압고(먹고) 가이소. 혹시 이거 묵거던."

으앗. 저걸 먹으라고? 으…, 조금 망설여집니다.

남배바래길 8코스 진지리길에서 만난 굴 까는 노부부.

- 그걸 바로 묵는다고예?

"무도 되지 그라믄. 이거는 양식한 게 아이고 자연산이라서 괘안지예."

어머니가 금방 깐 굴을 껍질째로 눈앞에 들이밉니다. 할 수 없이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생굴을 집어듭니다.

"되게 짭다이."

아, 그렇습니꺼.

바닷물 맛이 많이 나긴 합니다.

"짭아도 잘 묵는 사람은 쭉 훑어 묵지."

- 맛은 있네요.

"맛이 있지, 자연산인데."

- 이래 갖고 뭐, 음식을 해드십니까?

"묵기도 하고 폴기도 하고 이거는 폴어야지. 관광오는 사람들이 사가기도 하고."

그러는 동안 다시 크다 싶은 굴을 하나 까서 건네 주십니다.

- 아이고, 자꾸 주시면 우짭니꺼? 오데서 파는데요?

"요서 팔지. 이래 씻거가꼬. 가가서 초장하고 해서 주면 끝내준다 캅니더, 맛있다꼬."

- 예예, 맛은 있네예.

결국, 앉은 자리에서 생굴 3개를 얻어먹었습니다. 다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길을 나섭니다.

제법 멀리 간 다음 뒤돌아보니 노부부는 아까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 굴을 까고 있습니다.

그날은 종일 입안에서 생굴의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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