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지음, 위안부 할머니 증언·시위기록 담아…전쟁 중 여성 성폭력·강간 가해자, 사죄·법적 책임 물어 평화 실현해야

2015년 12월 28일 오후 3시 30분, 한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타결 짓는다고 발표했다.

피해자들에게는 동의도 구하지 않고 더군다나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왔던 것은 반영되지도 않았다.

일본 정부는 책임 인정과 사죄도 아닌 '오아비(사과)'라는 말로 애매모호한 사과를 표명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낸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 정부가 앞으로는 국제 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혀 제기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일본 대사관 앞에 세운 평화비를 철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25년간의 수요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과 시위 기록을 담은 <20년간의 수요일>에 지난 5년간 활동을 더한 개정 증보판이다.

다시 시작이다. 이 책의 개정 증보판의 의미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가 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끈질기게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확인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개최하고 있는 저자 윤미향은 25년 동안 이어져 온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 수요집회의 할머니와 참가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짜 본질은 무엇인지, 미래 세대를 위해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이 왜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언론과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일제 강점기 일본군의 전쟁 수행을 위해 동원되고 희생된 조선의 수많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왔다. 하지만 누군가 정신대, 위안부, 종군 위안부, 일본군 성노예, 일본군 '위안부',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할 수 있는가?

특정한 사건이나 인물을 어떠한 방식으로 생각하는지는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여성을,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상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전쟁 중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해 잔혹한 강간 범죄가 자행됐던 과거 등을 통한 전쟁 없는 평화를 향한 외침이다.

윤정옥 선생의 끈질긴 조사와 무거운 침묵을 깬 김학순 할머니의 고백 이후, 진실을 깨우는 새로운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함께하겠다고 손을 내미는 시민들이 있었다. 연대가 시작되었고, 정대협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이 진행됐다.

'침묵의 힘, 고백의 힘, 연대의 힘'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일본군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어지러운 세상을 향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전쟁 때문에 성폭력을 당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사회는 침묵을 강요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침묵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사회도 침묵했습니다. 이 두 개의 침묵이 역사적 진실을 숨기고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한 것이지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두 개의 침묵은 또 다른 전쟁과 성폭력을 유발하겠지요. 결국 책임을 져야 할 사람도 없고 피해자도 없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범죄'라고 부르지 않고 '일상'이라고 부르게 될 것입니다." (302쪽)

303쪽, 사이행성,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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