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참여정부 출신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에 내정하는 등 일부 개각을 한데 이어 3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 한광옥 씨를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여당은 물론이고 거국내각과 2선 후퇴를 요구하던 야당도 모르는 그야말로 독단적인 깜짝 인사이다.

박 대통령은 그로써 위기에 빠진 정국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모르지만 국민적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야권은 인정할 수 없다며 독단적 행태를 정면 비판하며 나섰고 그동안 언급을 꺼리던 하야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개각은 국민이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이다. 국민은 대통령의 국정 사유화와 독단적 통치에 대해 이미 등을 돌렸다. 국민은 대통령의 거짓과 최순실을 정점으로 한 국가권력 사유화에 대해 더 이상 관용을 베풀 인내심이 없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현 정국을 아직도 잘못 읽고 있다. 국민은 최순실 일가와의 사적 관계를 질타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 스스로 통치권을 개인에게 의지해 대한민국 국가 체계를 무너뜨린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부여된 통치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불통의 통치를 했으면서 또다시 불통 개각을 한다는 것은 국민이 볼 때는 일말의 뉘우침도 없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박 대통령은 이번 개각으로 국민을 두 번 기만한 셈이 되었다. 거국내각과 2선 후퇴는 대통령이라는 권력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일 수도 있다. 이것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또다시 독단적 인사를 단행한 것은 국민이 기대한 마지막 희망까지 짓밟은 것에 다름 아니다. 국무총리에게 내치에 관한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 진심이었다면 국민과 야당과 공조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박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정국을 주도할 힘이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인데 국민은 이미 박 대통령을 버렸다. 지지율 8%가 그 증거이다. 국가적 수모와 상처받은 국민을 달래는 길은 박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뿐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다시 사는 길이다. 국민적 불행을 그칠 마지막 기회를 살리길 간곡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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