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지자라고 밝힌 60대 토박이 시민이 마산 3·15의거탑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는데 그가 펼친 팻말 글귀가 작금의 시국을 강타한다. '3·15가 분노한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갑작스런 개각으로 반발심이 고조된 가운데 그 글귀가 상징하는 바는 민심이 점점 더 격앙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어린 학생이나 노동자도 아니요 청장년층도 아니다. 환갑을 넘긴 노년이자 새누리당 지지자가 3·15의거탑을 배경으로 정권퇴진을 부르짖는 모습은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박근혜표 의원이 지금도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혹시나 박 대통령 살리기 운동을 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경남도민의 입이 되어야 할 사람이 침묵을 지키는 걸 보면서 화가 난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뽑은 의원들, 특히 친박 의원은 3·15의거탑 앞에서, 마산의 정신 앞에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가 밝힌 시위 배경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에서도 친박계 의원에게 보내는 항의조의 격문으로 새겨들을 수 있다. 그가 사는 곳이 마산이니까 친박계로 분류되는 마산 출신 의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해석돼 굳이 이름을 거명치 않더라도 알 수 있을만하지만 딱히 거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강골성 발언으로 보아 당 차원은 물론이고 아직도 대통령 사모곡을 노래하며 정신을 못 차리는 친박의원 전원에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실제 경남 새누리당 의원 12명의 행보는 안갯속이어서 주민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 또한 별로 크지 않다.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비박계 의원들은 제대로 힘을 못 쓰는 형편이고 친박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치를 보며 추이를 관망하는데 급급하다. 이러다 보니 양쪽 모두 상실감과 허탈감에 젖어 분노하는 민심을 다독거리기엔 역부족이고 그나마 험악해진 여론을 제대로 읽기나 하는지 미지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데도 자기 보신과 당파적 이익에 급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런 와중에 시작된 3·15의거탑 앞 릴레이 1인 시위가 던지는 뉘앙스는 예사롭지 않다. 불의에 항거하는 마산의 시민정신이 때만 되면 되살아난다는 것을 웅변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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