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희가 펴낸 <별난 사람 별난 인생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책의 내용 중 일부가 월간 <생활성서> 11월호 별책부록 <소금항아리>에 인용, 수록되었습니다. 종교에 문외한이어서 몰랐었는데, 알고 보니 <생활성서>는 창간된 지 30년이 넘은 전통과 권위 있는 잡지더군요.

수록된 부분은 <별난 사람~> 2화 '채현국이 강연장에서 고함을 지른 까닭' 중 26~28쪽에 있는 '잘하려 하지 말고 그냥 신나게 하라'는 대목입니다. 여기서 채현국 어른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잘 하려는 마음이 자꾸 들지 않습니까? 공부 잘 할란다. 아버지한테 잘 할란다. 엄마한테 잘 할란다. 친구한테 잘 할란다. 잘 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이지. 그냥 하면 되는 건데. 잘 하려고 그러면 꼭 거꾸로 됩니다. 낙담하게 되고, 부끄러워지고 창피해집니다. 그리고 열심히도 그렇습니다. 신나게 하면 하는 거지 열심히는 뭐 어떻게 하는 게 열심입니까? 아무리해도 끝도 없는 게 열심인데. 신나면 됩니다. 정말 우리 여태전 교장 좀 열심히 합디다.(청중 웃음) 자꾸 열심히만 하는 거야.(청중 크게 웃음) 신나게 안 하고…. 좋습니다 물론. 그러나 신나게, 재미있게 하는 것만 못합니다."

<생활성서>는 이 대목에 대해 마태오 복음 5장 1-12ㄴ절 "…너희는 행복하다."라는 구절을 들어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분(주님)의 일성은 '행복하다'입니다. 미래에 유예된 행복이 아닙니다. 지금 참으면 나중에 행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아닙니다. 행복할 것이다, 행복하리라, 행복해야만 한다-가 아니라 '지금' 행복하다-입니다. (…중략…) 지금이 행복의 시간입니다. 무엇이 채워지고, 해결되고, 회복되고, 칭찬 듣고, 인정받아야만 주어지는 행복이라면 우리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신기루를 좇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행복해야 합니다. 나중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의 행복을 유예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내가 행복해야 이웃에게도 그 행복을 나눠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를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싶은지, 뭘 하면 즐겁고 신이 나는지, 나에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먼저 탐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불행히도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알지 못하고 뭔가에 내쫒기 듯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무엇이 채워지고, 해결되고, 회복되고, 칭찬 듣고, 인정받아야만 주어질', 그러나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행복을 갈구합니다.

그래서 저는 매월 <피플파워> 원고가 들어오면 인터뷰이 중 '누가 지금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 생각하며 글을 읽습니다. 이번호 인터뷰이 중에서는 '행복한 직업인'으로 소개되는 이진희 이노엡 대표와 정승우 제이워치 대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또한 모터사이클을 타며 행복을 즐기는 조재영 기자, 그동안 자신을 짓눌러온 삶의 굴레를 벗고 훌쩍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나선 50대 아줌마 박미희 씨, 그리고 매달 지리산 둘레길을 여럿이 함께 걷는 환경운동가 최세현 씨, 지금 살고 있는 고장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는 조선소 노동자 박보근 씨 등에서도 그런 해피 바이러스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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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특징은 세속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결코 부자이거나 출세한 사람이 아닙니다. 권세나 명예가 높은 분들도 아닙니다. 이번 호 뿐 아니라 지난 여러 호에 나온 인터뷰이 중에서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은 대개 그런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요즘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는 그분들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최순실, 정유라, 우병우,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말입니다. 그들은 과연 지금 행복할까요. #그런데최순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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