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쓰는 대학생이야기] (8) 인형 뽑기에 빠진 대학생들

성공하지 못할 걸 뻔히 알면서도 왜 대학생들은 인형 뽑기 게임기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걸까? 아마도 인형을 뽑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학업과 취업 준비에 지친 대학생들에게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도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인형이지만, 게임도 즐기고 인형도 얻을 수 있기에 사람들은 이 작은 기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 선다. 대학생들이 빠진 인형 뽑기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 보자.

◇인형 뽑기 마니아들 = 인형 뽑기 게임기는 일명 '크레인 게임기'라고 불린다. 도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 기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두 건물 내에 설치되어야 하며, 게임 제공 업소가 아닌 영화관, 콘도, 대형 마트, 음식점 등 대형 시설은 5대, 문구점, 편의점 등 일반 영업소는 2대까지만 설치할 수 있다. 법률상 길거리에 있는 인형 뽑기 게임기는 대부분 불법이라고 볼 수 있다.

진주 경상대 앞에 있는 인형 뽑기 가게에서 대학생들이 인형을 뽑고 있다. /안지산 임상미

경상대학교 가좌캠퍼스 정문과 후문 일대에서도 이 게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게임장 안이나 길가 등 다양한 곳에 있다. 게임기는 모두 갈고리 집게를 이용해 인형을 뽑는 방식이고 막대로 밀어서 떨어뜨리는 방식의 게임기도 몇 대 있다.

대부분 1회에 250원에서 300원의 가격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1회에 최대 500원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형 인형 뽑기 게임기가 있는 곳도 있다. 최근에는 학교 정문 부근에 인형 뽑기 가게가 들어서 학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하태양(경상대 1) 씨는 인형 뽑기 게임에 지금까지 약 30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 그만큼 이 게임에 푹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여러 종류의 인형 중에서 '가오나시'를 선호한다"며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가오나시'와 '미니언즈' 인형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로 인형의 머리 부분을 집게로 잡거나 인형의 팔 사이로 집게를 끼워 넣는 방식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가에서 흔히 보는 인형 뽑기 기계. /안지산 임상미

아무래도 게임을 많이 한 만큼 하 씨는 다양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인형을 잘 뽑지 못하게 갈고리 집게의 나사가 느슨하게 풀어져 있기도 했고, 기름칠이 되어 있어서 인형이 저절로 떨어진 것도 봤다. 그렇지만 그는 인형을 뽑았을 때의 쾌감과 뽑은 인형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때 상대방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며 인형 뽑기를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뽑기 전문가'로 불리는 최진식 씨 또한 인형 뽑기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인형 뽑기는 돈을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인형 뽑기를 시작한 지 3년이 된 최 씨는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마주친 뽑기 게임기에서 1000원 한 장으로 안에 있던 물건을 다 뽑아 버린 것을 계기로 뽑기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이후 '루키스트 엔터테인먼트'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신의 인형 뽑기 영상을 본격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형과 인형 뽑기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도 있다. 인형 뽑기 게임기 속 인형들을 극사실 기법으로 그리는 화가 이은 씨는 캐릭터 인형들을 모델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주로 곰돌이 푸, 개구리 케로로, 토끼 마시마로, 아기곰 리락쿠마, 펭귄 뽀로로 등이 작품에 등장한다. 작품 제목은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인데 이는 '나 잡아 봐라' 식의 조롱과 더불어 '나를 이곳에서 꺼내 달라'라는 간절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인형은 '지방이' = 그렇다면 대학가에 있는 다양한 인형 뽑기 기계 안에는 어떤 인형이 가장 많고 특별히 인기가 있을까? 가좌동 여섯 군데의 인형 뽑기 기계와 오락실에 다니면서 확인해 본 결과, 현재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끄는 '지방이'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 지방이는 한 비만클리닉 전문 병원에서 만든 광고 캐릭터다. 지난 2012년 첫 등장했을 당시 이 캐릭터가 나오는 광고가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동상'을 받았다. 지방이는 대학 근처 인형 뽑기 기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가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14㎝짜리 아담한 크기부터 28㎝ 중형 크기까지 다양하다. 색상도 흰색뿐만 아니라 살구색, 핑크색이 있어 색깔별로 모으는 재미도 주고 있다.

그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인형은 '무민'이다. 하마처럼 생긴 무민은 귀여운 외모와 달리 북유럽 신화의 '트롤'이며 핀란드 예술가 '토베 얀손'의 동화책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TV 만화로 인기를 높였고 현재 국내에는 무민 캐릭터가 담긴 다양한 물건을 파는 '무민숍'도 있을 만큼 마니아층이 두터운 인형이라 볼 수 있다.

▲ 진주 경상대 앞에 있는 한 인형 뽑기 기계 가게. /안지산 임상미

대학가 인형 뽑기 기계에는 가방 고리 크기부터 30㎝ 중형 크기의 무민이 있고, 무민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민 파파'도 있다. 뽑기 기계마다 꼬리의 털 여부 등 생김새가 약간씩 다른 부분도 있다.

세 번째로 많이 볼 수 있었던 인형은 '가오나시'였다. 2001년 일본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등장한 이 캐릭터는 특유의 '음울한' 생김새가 인상적인 얼굴 없는 유령이다. 인형 뽑기 기계의 가오나시 인형은 기본 검은색부터 흰색, 분홍색까지 색상이 다양하고 가방 고리 크기부터 중형까지 크기도 다채롭다.

이어 여러 색상을 자랑하는 토끼 모양의 '몰랑이'와 카카오 프렌즈의 신규 캐릭터 '라이언'이 있다. 특히 중형 '라이언' 인형이 있는 뽑기 기계를 매일 관찰해보니 하루 2~3개씩 줄어들더니, 순식간에 '완판'되어 인형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 보노보노의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는 물론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루피', '쵸파'에서부터 '라바', '미니언', '도라에몽' 등 다양한 뽑기 인형이 있다. /안지산(경상대 3) 임상미(경상대 1)

※ 지역민 참여 기획 '대학생이 쓰는 대학생 이야기'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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