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로 오스트리아 태생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1874-1951)를 들 수 있다. 조성음악으로부터의 이탈로 시작된 무조음악과 12음기법의 창시자로 그의 음악사적 위치는 절대적이다.

그는 당대 여러 예술가, 철학자와 교류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특히 러시아 태생의 표현주의 화가인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와 깊이 있는 예술적 교류를 하였으며, 이들은 서로에게 많은 예술적 영향을 주었다.

칸딘스키는 쇤베르크의 음악에 대해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힘이 있다"며 높이 평가했으며, 칸딘스키가 색채와 형태의 '내적 음향'에 대해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면서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도 쇤베르크의 영향 때문이다. 이들은 함께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절친이었으며, 쇤베르크는 한때 화가로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그림에 재능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을 즐겨 그렸다.

그의 여러 자화상 중 가장 특이한 작품으로 '뒤로 돌아선 자화상'(1911)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을 그린다. 때로는 측면을 그린 자화상도 있지만 자신의 얼굴을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뒤로 돌아선 자화상'은 말 그대로 지팡이를 들고 어두운 길을 따라 어디론가 가고 있는 뒷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그런데 이 자화상은 그가 남긴 65점의 그림 가운데 마지막 작품으로 이 시기는 기존 조성음악에 도전하는 화성에 대한 혁명적인 새로운 개념의 무조음악 시기 시작과 거의 일치한다. 즉 '뒤로 돌아선 자화상', 이 그림을 통해 미술을 떠나 자신 본연의 직업인 음악으로 가겠다는 전환의 결단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세기의 전환기, 불확실한 미래와 1차 세계대전의 기운이 드리운 그 시절 자신의 방황을 접고 자신의 길을 가려는 쇤베르크의 자화상을 통해 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온 나라가 시끄럽다. 시끄럽다 못해 혼란스럽다. 믿기지 않는 소식들이 언론을 통해 매일매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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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진 많은 국민이 거리로 나오기도 한다. 정치계는 더 혼란스럽다.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고 있는 듯 곧 좌초할 듯 보이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자화상, 나 자신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어디를 향해 가야만 하는가?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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