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사회 각계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직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으로 퍼지는 양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진보적인 언론 단체들이 꾸린 '언론단체 비상시국 대책회의'도 다른 단체들처럼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국정 개입을 규탄하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언론인 시국선언에는 아마추어 언론인이나 재외동포 언론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전·현직 대학언론인 477명은 기성 언론인을 향해 언론의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며 반성과 결단을 촉구했다. 기성 언론인들은 아마추어 언론인들로부터 현 사태와 관련해 질책을 받은 사실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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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가 최순실 씨가 버린 태블릿PC를 입수하여 최 씨의 국정 농단 혐의를 특종보도한 이후 다른 언론들도 최 씨 보도를 내놓는 데 가세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마추어 언론인들이 바르게 지적했듯이,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기성 언론은 정부나 최 씨를 비난만 하고 있을 처지에 있지 않다. 박 대통령 주변에 보이지 않는 손이나 실세가 있고 그가 측근에게 휘둘린다는 건 이번에 처음 드러난 일이 아니다. "지난 3년간 현 정권과 관련해 끊이지 않았던 소문"(MBN 앵커 김주하)이었다. 언론이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의심스러운 소문을 알았다면 진작 혐의를 캐고 소문의 진위를 파고들었어야 했다. 최순실 씨의 아버지 최태민 목사와 박 대통령의 관계도 지난 대선 때 이미 거론되었으며 두 사람의 관계는 박정희 집권 당시 중앙정보부와 미국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언론이 박 대통령 주변을 캤다면 최순실 게이트는 싹을 자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재벌 신문사들에 종편을 허가하거나 키워줬고, 공영방송사 사장을 친정부 인사로 갈아치운 이후 언론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놓아버리면서 정권에 길들여졌다. 그에 저항하는 언론인은 쫓아낸 것이 한국 언론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KBS·MBC 등이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끼어들면서 최 씨 관련 보도는 선정적이거나 지엽말단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기성 언론은 이제라도 권력의 감시견 역할 방기를 통렬히 반성하고 국정농단의 실체를 정면으로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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