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첫 시국선언 219명 이름 밝히지 않아…"불이익 두렵나" SNS 반응

경상대 교수들이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해 시국선언을 했지만, 참여 교수 명단을 비공개로 했다. 이를 두고 '떳떳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상대 교수회는 지난 31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교수회는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이지만, 작금의 사태를 통해 통치능력과 자격조차도 없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대통령은 4년여 재임 동안 아무런 자격과 책임도 없는 일개인이 국정을 농단하도록 한 것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또한 "추악한 비리를 저지르거나, 이를 수수방관한 측근들과 함께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동안 국민을 배신하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데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경상대 교수 219명이 참여했다. 교수회에서 전체 교수 770여 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시국선언 찬반 의사를 물었고, 219명이 찬성, 2명이 반대, 나머지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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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 표지석./오마이뉴스

이에 도내 대학 교수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시국선언문을 내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주체를 '대통령 박근혜의 하야를 촉구하는 경상대학교 교수 219명 일동'이라고만 하고, 참여교수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러 시국선언이 참여자 이름을 하나하나 넣음으로써 그 의미를 더한 것에 비춰볼 때, 의아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격려보다는 조롱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용기는 없는데 욕심은 나는 것' '겁먹은 선생님들… 혹 언젠가 불이익 받을까 봐 그런 것' '하긴 해야 되겠고, 찍히기는 싫고…' '하고도 욕먹는 상황' '1987년 전두환 시절에도 참여교수 명단 공개는 시국선언의 필수였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게 두려운가? 경상대 교수들 참 비겁하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노규진 교수회장은 "실명으로 하면 교수님들 참여율이 떨어질 것 같아 비공개를 조건으로 응답을 받았다"며 "다른 대학 몇 군데도 비공개로 하기에 그걸 따랐다. 또한 219명 이름을 다 넣으면 전문보다 명단이 더 많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노 교수회장 말대로 일부 대학은 '○○대학 교수 일동'으로만 하기도 했지만, 동아대·전남대 등은 100명 넘는 참여 교수 이름을 모두 다 넣었다. 노 교수회장은 추후 명단 공개에 대해 "논의를 좀 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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