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정은 베트남을 경유해 최종 목적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였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하지만 출발 며칠 전 내가 예매한 비행편이 완전 취소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음날 첫 비행편으로 변경해야만 했다.

평소 같았으면 공항에서 노숙했을 나였지만 이번에는 샤워도 하고 다리 뻗고 편히 자기 위해 숙소를 예약했다. 다음 날 숙소를 출발해 공항행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출발시간 보다 2시간이나 일찍 와 있었다. 뿌듯하기도 하고 2시간 동안 뭐하나, 괜히 일찍 왔나 싶기도 했다.

일단 여유있는 체크인을 했음에도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고 당연히 도착도 지연됐다. 문제는 다음 비행편이었다. 나름 1시간 정도 여유가 있고 국내선이라고 안심했었는데 점점 불안초조해진 건 다름 아닌 내 수화물이었다. 체크인을 너무 일찍 해서 그런지 내 짐은 한참이나 뒤에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비행편 체크인 카운터를 찾던 나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국제선 청사와 국내선 청사는 버스로 15분 떨어져 있는 거리라는 것이다. 당시 시각은 비행기 출발 20분 전. 그나마 시도해볼 수 있는 거라곤 택시를 타는 거지만 택시를 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환전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론은 나는 비행기를 절대 탈 수 없는 조건이란 거다. 혹시나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었으려나 하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버스를 타고 국내선 청사에 도착했다. 하지만 비행기는 정시에 이미 출발했고 나는 그냥 덩그러니 국내선 청사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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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놓쳤다. Last call passenger로 체크인 수화물까지 기내에 들고 들어가 탔던 적도 적잖은데. 그런 내가 오히려 일찍이 서두르고 여유있게 체크인 했다는 이유로 비행기를 놓치다니. 오늘 내가 놓친 그 스케줄이 전부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장장 10시간이 걸리는 traveller taxi라는 현지인들과 택시를 함께 타고 가는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1시간 비행으로 갈 거리를 결국 그렇게 그 택시를 타고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참 아이러니하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든 교통편이든 좀 더 편하고 빠른길을 선택했는데 되레 더 피곤하고 힘들게만 되어 버렸다. 차라리 원래 내가 했던 방식대로 공항 노숙하고 처음부터 장거리 버스나 택시를 이용했더라면 되레 덜 피곤했을 것만 같다.

괜히 안하던 짓 하지 말고 평소에 하던 대로 공항 노숙이나 하고, 2시간이나 일찍 가서 체크인을 하는 부지런은 떨지 말자고. 

/김신형(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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