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밤 JTBC가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열어봤다고 폭로했다. 몇 시간 후인 25일 새벽 조선일보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신문으로 배우는 실용한자' 코너에 '하야'라는 단어를 소개하며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는 과정을 실었다. 그날 새벽 3시 작성된 사설에는 국정농단, 국기문란이라는 단어와 함께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12시간 후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선일보의 지시는 계속된다. 26일 이후부터는 모든 사설이 최순실 관련 내용이다. 26일 새벽에는 '여야 합의 하에 특검'과 여야 지지 모두를 받는 '거국총리'로 경제와 내정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27일에는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모든 핵심 비서진, 그리고 총리의 사직를 요구했다. 28일에는 대통령과 검찰이 수사대상이 돼야 한다고 했으며, 29일에는 야권이 추천하는 특검 도입, 31일에는 야권에 조속히 거국내각에 동참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순실과 관련해서 가장 열심히 보도하고 있는 언론사 중 하나가 바로 조선일보다. 신문과 자사매체인 TV조선을 활용해 무리하다 싶은 내용도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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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사설로 실질적인 '오더'를 내리고 과감한 보도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판을 짜고 있다. 효용가치가 없어진 박근혜를 빨리 정리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새로운 보수스타를 탄생시켜 정권을 재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충성독자들이 돌아서지 않도록 야권에 견제구도 적당히 날린다. 이렇게 조선일보의 현란한 스텝에 독자와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이 짠 판에 끌려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2016~7년에도 먹힐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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