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져버린 믿음 드러내거나 여전한 지지 엇갈려

'최순실 게이트'로 특히 박근혜 지지자들 마음은 심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도 온도차가 있는 분위기다. 우선 믿음을 저버린 것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쪽이다.

김지홍(38·진주) 씨는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정치이야기 할 때면 욕 많이 먹었다. 젊은 놈이 보수 정권 지지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중심을 잃지 않는 정치인이라 생각했기에 떳떳하게 지지자라고 말했다"며 "이제는 그런 믿음이 깨졌다. 친구들이 욕해도 달게 받아야겠다. 촛불집회니 뭐니, 그런 걸 싫어했는데 이젠 그 마음도 이해가 된다"고 했다.

한때 서울에서 거제향인회장을 맡았던 지만호(70) 씨는 "원칙과 신뢰가 있는 분이라 생각하고 지지했다. 그랬기에 지금은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으로 가득하다.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고 했다. 다만, 지 씨는 지금 사회적 분위기를 "장가 못 간 총각이 믿었던 여인으로부터 배신당한 분함에 인정사정없이 보복하는 것 같다"고 표현하며 감정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바람을 강조했다.

박근혜 퇴진 촉구 경남시국회의국정농단 박근혜 퇴진 경남시국회의가 31일 오후 6시 경남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도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노동당 등 야권은 물론 진보·노동·시민사회단체 인사 50여 명이 모여 현 정국을 진단하고 앞으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들은 이날 시국선언문을 채택하고 1일 오전 10시 마산 3·15의거 기념탑 앞에서 발표한다.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노모(62·창원) 씨는 "아이고, 말만 꺼내도 머리 아프다. 지금은 레임덕도 아니고 깽판이다"고 했다.

이들과 달리 마음 한편에 여전히 안타까움을 깐 쪽도 있다.

김모(48·창원) 씨는 "얼마 전 시골에 온 가족이 모였다. 어른들은 이구동성으로 '최순실이 죽일 ×'이라며 성토하더라. 나는 박 대통령 잘못에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분위기상 말도 못 꺼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씨 또한 "박 대통령이 어릴 때 공주처럼 크다가 부모 모두 비극적으로 잃지 않았나. 얼마나 충격이 컸겠나. 그런 상황에서 한 사람이 마음을 건들면 누구라도 꼬일 것"이라고 했다.

정태선(72·김해) 씨는 "요즘 경로당 가면 시끌벅적하다. 자세히는 몰라도 박 대통령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건 안다. 그래도 실망감보다는 안타까움이 크기에 대놓고 욕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박종옥(50) 뉴라이트경남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나 장관 인선 문제 때 국민이 많은 지적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마치 국민과 기 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면서도 "남은 임기 동안 국민에게 마음을 보여주는 정치를 하길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에 몸담은 이들도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당 소속 한 창원시의원은 "지역구 어르신들 만나면 '박정희 향수 때문에 대통령 만들어줬는데 이게 무슨 꼴이냐' '기밀문서까지 이북에 넘어간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한다"며 "지금이라도 솔직한 담화문을 내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