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정의 투쟁서 비켜서면 안 돼"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생들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시국선언을 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생회(학생회장 류창훈 파트리치오 부제)는 지난 30일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는 제목으로 시국선언을 했다.

이번 시국선언에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생 85명이 참가했다. 휴학생과 해외유학 중인 신학생도 동참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의미를 되새기며 국가 권력은 모든 시민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신학생들은 복음 정신과 가톨릭 교회 가르침에 따라 △대통령과 행정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구체적 후속조치 △초당적 협력을 토대로 한 입법부의 역할 집중 △명분 쌓기와 허울뿐인 수사가 아닌 사법부의 성역 없는 수사 등을 요구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생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우리는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역사의 구체적인 순간 안에서 복음의 정신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며 "하지만 오늘날 시대에 우리의 모습은 이에 턱 없이 부족함을 고백한다. 거짓 평화를 위한 침묵과 무관심의 유혹과 마주해야 했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생들의 시국선언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복음의 기쁨, 183항)"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사목헌장 1항). 가톨릭 교회는 교회 공동체가 인간과 인간이 형성하는 사회 공동체에 긴밀히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와 그에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의 삶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역사 속에서 교회는 끊임없이 '시대의 징표'를 찾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방법이고 구원 역사를 설명하는 섭리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교황청 훈령, 일치와 발전 122항).

이는 교회의 핵심 직무 중 하나인 예언자직의 수행입니다. 복음을 선포하고 이를 삶으로 실천하는 예언자직 수행을 통해, 교회는 구체적인 삶의 자리(Sitz im Leben)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합니다. 우리는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역사의 구체적인 순간 안에서 복음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시대에 우리의 모습은 이에 턱없이 부족함을 고백합니다. 거짓 평화를 위한 침묵과 무관심의 유혹과 마주해야 했던 우리의 현실을 직시합니다. 2000년 전 표징을 요구하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을 향한 "너희는 하늘의 징조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징은 분별하지 못한다"(마태 16,3)라는 예수님의 대답이 오늘날 우리에게 향하는 따가운 말씀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요즘 국가에 펼쳐지는 수많은 의혹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만듭니다. 사건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많은 국민들은 국가의 정체성과 안위에 대해 걱정과 염려를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견되는 의혹과 비리들, 그리고 투명하게 해명되지 못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국민들을 끝없는 절망과 분노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의 선택으로 구성되었다고 굳게 믿는 국가 권력 시스템의 근원에 대한 염려는 사회 전체의 근간을 흔들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 자체가 의미하듯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적 권력은 특정 몇몇에서 산출되는 권력이 아니라, 모든 시민(Demos)에게서 나오는 권력(Cratos)이기 때문입니다. 이 믿음이 흔들리게 된다면 어느 누가 국가를 믿고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상황이 '불의'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바로 잡아나갈 것을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편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귀로 들었고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불의'한 현실에 맞서 인간의 존엄과 올바른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외치던 목소리,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의해 피 흘리고 다치는 사람들, 불의한 사회구조로 인해 핍박하고 고통 받는 이들….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의 소리'(Voice of voiceless)는 더욱 묻힐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 속에서 복음의 빛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가톨릭 교회 역시 이에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구원은 사회적 차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개별 인간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도 구원하시기 때문입니다"(복음의 기쁨, 144항).

우리는 2014년 교황님께서 방한하셨던 그 감동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빕니다"(성모승천대축일 강론). 이러한 뜻에 맞갖게 이제는 미래의 사목자의 길을 준비하는 우리 신학생들이 마음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복음의 정신과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국정운영의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이에 알맞은 진심어린 사과와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더불어 인간 존엄성과 양심에 걸맞은 본인의 행동이 무엇일지에 대해 숙고하여주시고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주십시오. 대통령과 함께하는 행정부 각료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 대한 쇄신이 필요합니다.

둘째,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요구합니다. 이번만큼은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인 협력으로 진상규명을 위해 힘써주십시오. 입법부다운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거국내각의 구성 추진이나 특별법 제정, 특검 제도등과 같은 모든 필요한 제도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는데 앞장서주십시오.

셋째, 사법부에 요구합니다. 법의 이념인 정의, 합목적성, 법적안정성에 부합하는 성역 없는 수사와 판단을 해주십시오. 명분 쌓기와 허울뿐인 수사는 멈추어 주십시오. 법이 추구하는 양심에 따라 투명하게 모든 것들을 밝혀주십시오.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11월을 위령성월로 지내며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특별히 부당한 공권력과 억압적 사회구조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억울한 죽음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들은 "그리스도인의 선포와 삶은 사회에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복음의 기쁨 180항)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함께 고민하고 연대할 것입니다.

2016년 10월 30일 연중 제31주일, 세리 자캐오를 회개로 이끄신 주님을 기억하며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생 일동

◇참가명단(총 85명)

△부제 (9명) - 김유태 비오, 김문경 비오, 류창훈 파트리치오, 유상우 광헌아우구스티노, 조우현 십자가의 요한, 최연수 라티노, 김승태 마티아, 이정철 아니체토, 강호성 요셉

△대학원 2년 (8명) - 김부수 프란치스코, 송승윤 가브리엘, 오정환 다제오, 정지윤 그레고리오, 정재덕 안토니오, 주경환 십자가의 요한, 이동헌 라파엘, 이호균 베드로

△대학원 1년 (8명) - 김무 헨리코, 김상준 베네딕토, 신동근 사도요한, 이근희 다미아노, 전재경 요셉, 조현석 엑스수페리오, 최윤호 로마노, 고동균 안젤로

△학부 4년 (10명) - 김진우 대건안드레아, 김태웅 미카엘, 남세진 요셉, 심정현 요한 드라살, 안영호 요셉, 양정환 크리스토폴, 임정철 바오로, 임태근 모세, 조성제 프란치스코, 한요안 요셉

△학부 3년 (9명) - 김동주 대건안드레아, 남하늘 엘리지오, 신승혁 세례자 요한, 이상경 베드로, 이승우 안토니오, 정병진 요셉, 조현우 블라시오, 김성중 베드로, 장병훈 루카

△학부 2년 (7명) - 구형모 베드로, 박명제 대건안드레아, 서민지 야고보, 이연후 요한 마리아 비안네, 이윤우 다니엘, 조얼 베드로, 조원석 아론

△학부 1년 (10명) - 강명제 하상바오로, 김성근 대건안드레아, 김성훈 요셉, 박시원 베네딕토, 박준우 대건안드레아, 백성훈 토마스, 윤유진 안드레아, 이한솔 마르코, 조효광 프란치스코, 지민재 요셉

△휴학 신학생 (18명) - 허기원 마르첼리노 부제, 서시몬 시몬, 김동윤 율리아노, 김진영 베네딕토, 양영진 그레고리오, 옥종헌 미카엘, 이찬중 바오로, 전동묵 안드레아, 정성호 시몬, 허동준 그레고리오, 김진현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류기원 베드로, 박민규 프란치스코, 신재철 스테파노, 이경범 세례자요한, 이창범 라자로, 장신영 요한 마리아 비안네, 장명훈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유학 신학생 (6명) - 박상범 요셉 부제, 이형규 요셉 부제, 이승언 토마스 아퀴나스, 김진호 바오로, 윤태상 안드레아, 박진용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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