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과 '동서 문자문명의 대화' 공동기획…미국 유럽 한국 타이포그래피 교류·비교전

다섯 자루의 붓이 1988년 창원 동읍 주남저수지 인근 산기슭과 논바닥에서 발굴됐다. 국가사적 327호인 창원 다호리 유적이다. 이는 삼한시대에 활발한 문자사용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단초가 됐다. 다호리 붓은 한반도 문자 문명사 출발점이 됐다.

이 의미를 기억하고 확장하고자 하는 전시가 매년 열리고 있다. 문자문명전이다. 문자가 인류 문명에 어떠한 미학적 역할을 하고, 미래에 문자 문명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자 하는 전시다. '다호리 붓에서 디지털까지'라는 대명제로 지난 2009년부터 열리고 있다. 올해는 지난 27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한글 서(書), 라틴 타이포그래피(Typography·글자체 디자인)-동서 문자문명의 대화'를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11월 6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리는 문자문명전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

◇예술의전당과 공동 기획전 = 8회째인 2016 문자문명전의 가장 큰 특징은 매년 전시를 열어온 ㈔한국문자문명연구회가 창원문화재단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국제그래픽총연맹(AGI) 코리아(Korea)와 공동 주최한 것이다.

올해 9월 국제그래픽총연맹 총회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것이 계기가 됐다. 예술의전당도 서예박물관 재개관을 기념해 의미 있는 전시를 열고자 했고, 한국문자문명연구회도 새로운 전시를 모색하던 터였다. 한글의 서(書)와 서구의 타이포그래피를 동시에 보여주며 교류, 새로운 문자 모색 등을 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한글과 라틴 알파벳이라는 문자를 두고 한국 서예작가와 서구 타이포그래피 작가가 한자리에서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19일까지 앞서 열렸고, 지난 27일부터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이어서 열리고 있다.

미국 애드 펠라 작가 작품.

문자문명연구회는 1층 1, 2, 3전시실에 서울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품을 걸었다. 여기에다 2층 4, 5, 6전시실에는 경남에서 활동하는 작가, 창원문자예술대전 입상 작가 등의 작품을 더해서 선보인다. 한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작가 650여 명이 출품한 작품 720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동서 문자 문명 비교 전시 = '동서 문자문명의 대화'를 공동 기획한 이동국(52)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문자문명이 창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됐다. 그래서 뜻깊은 곳에서 전시를 함께 열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인류는 문자를 칼로 새기다가, 다시 붓으로 썼다. 이제는 컴퓨터로 친다. 예술은 일상과 동떨어진 게 아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알파벳과 한글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1층 1, 2, 3전시실에서는 강병인, 김종원, 박세호, 이병남 등 한국 서예 작가 41명, 미국 애드 펠라, 아르헨티나 알레한드로 파울, 프랑스 아네트 렌츠 등 10여 개국에서 참여한 라틴 타이포그래피 작가 26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한국 김종원 작가 작품.

'한번 그음-우주의 탄생', '곡(曲)과 직(直)-미의 궁극', '시와 일상 사이', '그림 문자-문자 영상시대 제3의 언어' 등 4가지 섹션에서 한글과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비교해서 감상할 수 있게 구성됐다. 한문 서예 작가, 서각가, 디자인 작가 등에게 한글을 쓰게 해서 한글의 다양한 조형 세계를 새롭게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를 했다. 디자이너가 시를 회화성을 지닌 한글 판화 작품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신진 작가 발굴 전시도 = 2층 4전시실에서는 경남문자예술가회 정회원 강이관, 박금숙, 김능호, 황홍진 작가 등 34명 작품을 '문자의미의 서적 변상'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한다.

5전시실에서는 '의미와 형상의 표현적 일치'라는 제목으로 경남문자예술가회 준회원 작품을, 6, 7전시실에서는 창원문자예술대전에 입상한 기노부(65세 이상) 200명, 일반부 300명의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는 6일까지. 문의 055-719-7832. /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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