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서 난 약초·쌀로 지친 몸과 마음 치유"
약초 곤 물에 엿기름 섞어 자연스러운 단맛 자아내

보통 '엿기름'이라고 하면 식혜(단술)를 떠올린다. 엿기름은 보리나 밀의 싹을 틔워 말린 것으로,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는 효소를 함유하고 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질금'이라고도 한다. 식혜는 엿기름을 우린 웃물에 쌀밥을 말아 더운 방에서 삭히면 밥알이 뜨는데, 요즘은 주로 전기밥솥을 이용해 밥알을 삭힌다. 거기에 설탕을 넣고 끓여 차게 식혀 먹는다. 여기까지가 일반 가정에서 하는 엿기름 활용이다. 이 엿기름에 약초 곤 물을 섞어 '약단술'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경남 산청군 금서면에 '약초 약단술 발효원'을 연 이병철(62) 씨다.

이 대표가 만드는 '약단술'은 종류가 많다. 주로 울금, 칡, 어성초, 헛개, 여주로 만드는데, 소비자가 원하면 다른 약초로도 만들어 준다고 한다. 즉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다.

"몸에 좋은 약초나 채소에 사람들이 관심은 많지만, 막상 먹으려면 맛이 거북해 많이 먹기는 어렵습니다. 엿기름을 이용해 만든 약단술은 자연스러운 단맛이 있어 먹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울금 약단술은 당도가 18브릭스나 됩니다. 설탕은 전혀 쓰지 않고 쌀로 당도를 맞추는데, 재료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10~30브릭스까지 맞춰 냅니다."

몸에 좋은 약초나 채소는 막상 먹으려면 맛이 거북해 많이 먹기는 어렵지만 엿기름을 이용해 만든 약단술은 자연스러운 단맛이 있어 먹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한다. 당화 기계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병철 씨. /이원정 기자 june20@idomin.com

이 대표가 권하는 울금과 칡 약단술을 맛보니 일반 단술처럼 밥알이 떠있는 것이 아니고, 보통 볼 수 있는 홍삼액이나 양파액 제품처럼 맑았다. 하지만 울금 특유의 거북한 맛이 나지 않고 단맛이 느껴졌다.

산청으로 귀촌하기 전 이 대표는 김해 장유에서 오리고기 전문점을 하며 불판 연구에 몰두하기도 했다. 연구하느라 버린 오리가 1000마리가 넘는단다. 이렇게 개발한 불판 디자인은 특허도 냈다. 그런 와중에 발효 공부도 같이 했다. 산청으로 온 건 2년 전이다.

"어릴 때 할아버지가 한약방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아픈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죠. 발효 공부를 5년가량 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위한 웰빙 펜션을 여는 것이 꿈입니다."

보통 단술을 만들 때는 먼저 쌀로 고두밥을 짓는다. 이 대표는 이 과정을 없앴다.

"그러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힘도 많이 듭니다. 그래서 쌀을 가루로 만들어 액화 효소를 이용합니다. 7~8시간 절약됩니다. 그렇게 해도 액화와 당화에 12시간가량 걸립니다."

약단술을 만들려면 '탕제-액화-당화' 과정을 거친다. 먼저 약초 등 재료를 탕제해야 한다. 8~10시간 저온에서 탕제하는데, 서서히 고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액화 과정이다. 쌀을 분쇄해 탕제한 약초 물과 액화 효소를 섞어 2~3시간 둔다.

세 번째는 당화 과정으로, 액화한 것을 55~60도로 식혀서 엿기름을 넣고 10시간 동안 당화한다. 생칡 20㎏으로 180~200포 4상자를 만든다고 했다.

약단술을 상품화하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효모균을 넣고 액화를 했는데 이상하게 액화가 안 되고 균이 죽어버리는 겁니다. 밭에 버린 게 몇백 만 원어치 됩니다. 원인은 약초였어요. 약초 성분이 액화를 방해하는 걸 몰랐죠."

또 다른 암초는 물 양 조절이었다. 처음에는 약초를 고는 과정에서, 그리고 쌀을 액화하는 과정에서 따로 물을 넣었더니 물 양이 어마어마했다. 결국 연구 끝에 액화할 때는 새 물이 아닌 약초 곤 물을 넣게 됐다.

"시행착오를 엄청나게 겪었죠. 그러면서 주변에 계속 샘플을 주면서 반응을 체크했습니다."

그는 약단술을 산청 대표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약단술에 사용하는 쌀은 '산청 메뚜기 쌀' 등 산청에서 난 쌀입니다. 산청에서 나는 약초와 산청의 좋은 물, 그리고 산청의 청정 쌀로 만든 약단술을 산청 대표 상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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