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도·감사원·정부 감사 줄줄이 업무 과부하로 민원 '뒷전'…기간·내용 겹쳐 '옥상옥'지적

경남도와 18개 시·군에 대한 정부합동감사 사전조사가 지난 19일부터 28일까지 도청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정부 내 6개 부처 25명의 감사관이 파견돼 도와 시·군이 집행하는 국고보조사업과 국가위임사무를 사전 조사해 11월 14일부터 30일까지 본 감사를 진행한다.

이와 관련해 일선 시·군 공무원들이 업무 부담을 호소했다. 해당 의회 행정사무감사부터 도 종합감사, 감사원 감사에 정부합동감사, 정부 부처별 특정감사까지 시·군이 받아야 할 감사가 많고,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도 종합감사를 받았던 창원·김해·거제시와 거창군 등은 감사대상 기간과 내용이 중복될 수밖에 없는 이번 정부합동감사 준비가 더 힘들었다. 정부와 도 관계자는 "국비를 집행하는 시·군 사업, 국가위임사무에 대해서는 정부 감사가 불가피하다. 이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의무이다. 감사원이 개별 감사 일정과 내용을 사전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군 입장에서 중복감사를 받는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군과 정부·도 사이에 업무부담 인식 차이는 있다.

◇"다른 업무를 못 봐" = 이번 정부합동감사 사전조사에서 도내 시·군에서는 300건이 넘는 자료를 제출했다. 국고보조사업과 국가위임사무가 해당됐고, 감사대상 기간이 2013~2016년이었기 때문에 분량이 만만찮았다.기초지자체 한 공무원은 "이 감사 저 감사 불려다니니까 너무 힘들다. 의회 행정사무감사에 도 종합감사, 감사원 감사에 정부합동감사까지 이거 어쩌란 말이냐? 사회복지·산림·농업 등 특정분야 감사까지 있다. 한번 감사에 걸리면 사업부서나 계약부서 공무원들은 민원업무도 못 본다. 다른 업무는 아예 안 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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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물론 국비로 집행되는 시·군 사업이 있어서 정부가 감사를 한다. 하지만 이는 도 종합감사를 통해서도 하고 있고, 할 수 있다. 이걸 별도로 한다는 건 옥상옥이다. 정부나 감사원은 도를 감사하고, 도는 시·군을 감사하는 것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작년부터 감사원이 중앙부처-광역-기초단체 감사일정을 조정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감사대상 기간이 2013~2016년으로 같고, 내용도 중복될 수 있는 도 종합감사와 정부합동감사를 함께 받는 시·군도 있다. 물론 도 종합감사를 받은 부분을 정부에 제시하면 이를 빼긴 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의 자료를 미리 준비하는 부담은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법률상 의무, 어쩔 수 없어" = 정부합동감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자체의 감사 부담을 덜려고 하는 거다. 이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과 지방자치법상 규정이다. 만약 정부에서 개별 부처별로 와서 해봐라. 12번 이상 감사받을 수도 있는 것을 합동감사로 한 번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도 감사관실 관계자도 "현행 지방자치법과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놓은 감사체계다. 이게 제대로 안 되면 행정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개선점은 없나 = 앞서 한 공무원이 제시한 대책이 감사의 일원화였다. 정부는 도를, 도는 시·군을 감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낙범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당연히 정부합동감사를 감사원 감사로 일원화할 수 있다. 그러려고 감사원 만든 것 아니냐. 하지만 현재 800명에 불과한 감사원 인력으로는 정부-광역-기초단체 감사 관련 인력 5만 명이 담당하는 감사업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형태가 많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당연히 일선 시군은 감사 횟수를 줄이고 싶어 한다. 감사원이 현재 시도하고 있듯이 시기와 횟수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자체 감사권한을 의회가 갖고 있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별도의 전문 감사기구를 둔다면 지금처럼 상부 기관이 하부 기관을 감사하는 구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방자치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최상한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지방자치 관점에서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뚜렷이 구분하고, 그에 따라 감사권한도 지방으로 넘기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엄연히 국고를 보조받고, 국가위임사무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3년 단위로 정부가 감사하는데 이걸 부담스럽다고 하면 되나? 중앙정부 사업이 곧바로 시군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그걸 감사를 안 받겠다고 하면 되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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