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김태훈 지음…대전 성심당 월수입 30% 기부, 지역 자랑이자 문화로 발돋움

책장을 덮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한다. <제빵왕 김탁구>도 생각나고 <국희>라는 드라마도 떠오르고. 무엇보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변창립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에서 한 인물의 성공 스토리가 주는 감동이 밀려왔다.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의 주인공 중에 마무리가 아름답지 못 했던 인물들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해 나눔을 천직처럼 여긴 성심당 이야기는 구수한 빵 냄새 그 이상이다. 오랜만에 책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데웠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영화 <국제시장>에서 보았던 흥남철수.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성심당의 창업주 임길순의 가족도 타고 있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임길순은 평생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겠다고 다짐을 한다.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도착한 곳은 거제도였지만 당시 농촌인 거제도에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여겨 군항도시 진해로 갔다. 냉면을 삶아 팔았다. 제법 인기가 있었으나 재료 수급이 쉽지 않아 장사를 접고 서울 가는 기차를 탄다. 다섯 시간을 달리던 기차가 고장이 나 대전역에서 멈춰 섰다. 기차가 언제 다시 출발할지 장담할 수 없어 임길순과 가족은 대전에 머무른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표지.

천주교 신자인 임길순은 대흥동성당을 찾아 오기선 신부를 만나고 미군에서 지원받은 밀가루 두 포대를 받았다. 그것으로 찐빵 장사를 시작했고 이것이 '밀가루 두 포대의 기적' 성심당의 시작이었다. 예수의 마음을 뜻하는 성심(聖心)당이라는 간판을 달고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장사만큼 남을 돕는 일에 매진한다. 빵을 만들어 파는 것은 부인 한순덕의 몫이고 임길순은 이웃에 퍼주기 바쁜 사람이었다. 그 뜻은 지금도 이어져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0만 원 이상의 빵을 매달 기부한다.

성공 이야기에 왜 어려움이 없었겠나. 제빵 기술자들이 실력을 행사하거나, 불법 증축 문제로 철거를 당할 뻔한 일, 동생의 프랜차이즈 사업 실패, 2005년 화재 등.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혼자 잘살려고 했다면 성심당은 위기를 넘지 못 했을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직원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어려울 때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었다.

400명이 넘는 직원이 있는 기업 경영을 하면서 나눔을 통해 자본주의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부분이나 직원들의 승진 고과의 가장 큰 항목이 선행이라는 것,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하고도 대전이라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신념은 '성심당'을 경영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1956년 문을 연 성심당이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대전의 자부심이자 문화로 각광받고 있다. /남해의봄날

책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부분이 '종교'다. 고 임길순이, 그의 아들이자 현 대표인 임영진이 바르고 독실한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사랑한 빵집'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주일에 성당을 가거나 교회를 찾지는 않겠지만 비종교인인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올바른 종교인에 대한 존경에서 나온 마음이다.

이 책은 '지역'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통영에서 책을 내는 '남해의봄날'이라는 출판사, 대전에서 빵을 파는 '성심당', 지역 이야기를 엮어 전달하는 창원 출신의 저자 김태훈.

책 마지막 부분 에필로그 끝에 성심당의 현 대표 임영진과 김미진의 웃는 사진이 있다. 35년이라는 시간이 그들을 남매만큼 닮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대전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를 마산역까지 KTX로 배달해 준다 하니 주문해서 주위의 빵순이, 빵돌이와 나눠먹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이 책을 슬며시 내밀어야지. 빵보다 더 구수하고 맛난 감동이 있는 책이라고. 308쪽, 남해의봄날, 1만 6000원.

/이정수(블로그 '흙장난의 책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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