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vocabulary] (10) All right, Best army 39, Bribe

한 달에 영어 단어 세 개 정도 익히자고 정치 이야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정치 vocabulary' 열 번째 시간입니다.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에서는 '보카치오'라는 제목으로 방송합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영어가 메인(main)이고 정치는 양념이니 '교육방송'을 표방합니다. 지난 21일 녹음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우리가 남이가> 공동기획방송 '보카치오'를 들으려면

- 웹 주소 http://www.idomin.com/, www.podbbang.com/ch/8406

- 포털 검색창에 '우리가 남이가 시즌2 보카치오'

-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서 '우리가 남이가' 검색

All right (올라잇) 괜찮아. 응원합니다! 지하철 노조 파업

지난달 녹음에서 진행자인 블로거 청보리가 강력하게 요청했습니다. 좀 밝고 신나는 단어로 고르자고 말입니다. 8월 녹음에서는 제가 낙동강 녹조 때문에, 9월 녹음에서는 청보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감정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듣기만 해도 느낌이 환해지는 단어입니다. 'All right'(괜찮아)을 첫 번째 단어로 골랐습니다. 나라가 하 수상해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철도노조가 한 달째 파업하고 있습니다. 함께 파업을 했던 서울지하철노조는 파업을 멈췄고 부산지하철노조는 잠정 중단 상태입니다.

철도와 지하철이 파업했습니다. 떠오르는 보도가 있지 않습니까? '시민 발이 묶였다', '출근 길 대란' 같은 제목 말입니다. 시민을 볼모로 삼는다거나 공기업 철밥통, 귀족 노조 같은 말도 생각나지요. 파업을 흘겨보는 쪽에서는 심지어 나라와 경제 이야기도 꺼냅니다. 지금이 파업할 때냐고 다그치지요. 그러면 파업할 때는 도대체 언제냐고 되묻고 싶습니다만 참겠습니다.

전국 철도·지하철노조가 연대 파업을 시작한 지난 9월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군자차량기지에서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 돌입 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정차된 차량 앞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 저처럼 투박한 반응 말고 이미 세련된 대응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시민 스스로 지하철역에 벽보를 붙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번 파업을 지지한다는 내용으로 말이지요. 이 벽보 제목이 공통으로 '불편해도 괜찮아'입니다. 온라인에서만 효과가 있는 해시태그(#)를 제목 앞에 붙였더군요. '괜찮아'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짧은 내용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9월 28일 성남시 정자역에 붙은 벽보입니다.

'#불편해도 괜찮아 /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 지하철 노조의 파업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 불편하지 않습니다! / 안전한 사회, 안정된 일자리,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애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 다수와 싸우는 소수의 의로운 싸움에 함께합니다'.

예전부터 파업에 공감하는 분도 있고 반대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벽보에 나오는 논리는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주목한 것은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키보드 전쟁을 벌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자기 생각을 손 글씨로 써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하겠다고 생각했고 실천했습니다. 세련된 방법 아닙니까? 그리고 저렇게 나 아닌 다른 무엇과 연대하는 마음이 기특하지 않나요?

이번 파업에서 핵심 쟁점은 바로 '성과연봉제'입니다. 성과연봉제를 아주 잘 아는(?) 청보리 설명을 방송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공기업에 성과연봉제를 기어이 적용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Best army 39(베스트 아미 서티나인).  39사단 최고

뜯어보자! 창원시 대형개발사업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 함안으로 이전한 39사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명한 아이스크림 광고를 떠올리며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그 리듬에 맞춰 단어를 한 번 읽어 주시길 권합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지역 주민 요구가 빗발치던 39사단 이전은 지난해 겨우 사업을 마쳤습니다. 지금 39사 터 개발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 사업에 대한 의혹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국방부와 창원시, 건설사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개발 사업입니다. 게다가 39사 터는 '창원지역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라는 수식을 달고 다니는 지역입니다. 이권이 끼어들 틈이 많겠지요. 결국, 창원시의회는 올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행정사무조사를 진행합니다.

행정사무조사는 3개월 정도 진행했습니다. 참여한 시의원들은 창원시가 사업 기간 내내 국방부에 끌려다니며 무리한 요구를 들어준 것을 비롯해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특별위원회 조사 내용은 <경남도민일보>에 '창원시는 39사의 봉'이라는 제목으로 3회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한마디로 국방부가 최대한 갑질을 한 사업이라고 정리하면 되겠습니다. '39사단 최고'라는 단어는 그렇게 나왔습니다.

이 연재는 스스로 '비운의 기획'으로 평가합니다. 3회 연속으로 보도하려 했는데 홍준표 경남도지사 유죄 선고에 밀렸고, 추석 연휴에 밀려 띄엄띄엄 연재했습니다.

물론 그게 억울해서 방송 소재로 삼은 것은 아닙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래 상대와 힘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짚고 싶었습니다. 창원시는 지금도 많은 대형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Bribe (브라이브) 뇌물. 가자 투명사회로! 청탁금지법

흙장난이 준비한 단어입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이야기입니다. 법 취지를 살리는 뜻에서 줄임말은 '청탁금지법'을 쓰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그래도 '김영란법'이 훨씬 기억하기 좋은가 봅니다.

청보리와 저는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대상입니다. 아쉽게도 흙장난은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청탁금지법'을 개정해 이 허점을 보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법 시행 초기이고 해석이 일관되지 않아 겪는 혼란을 얘기했습니다. 청보리는 특히 '큰 도둑'은 잡지 못하면서 서민에게만 눈을 부라리는 법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작은 부정에 예민해지는 만큼 큰 부정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적 정서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며 달랬습니다.

흙장난은 청탁금지법과 비슷한 법을 시행하는 다른 나라 사례를 준비하는 착실함을 보였습니다. 방송 진행자들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한다면 가장 적은 액수를 받아 마땅한 흙장난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습니다. 성과연봉제는 좋지 않은 제도인 것 같습니다.

모두 청탁금지법이 사회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아울러 더 투명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도 공감했습니다. 청보리가 방송 전에 먹은 통닭이 위법 아니냐며 저를 다그쳤습니다. 치킨 다리뼈로 한 대 때리고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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