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리프먼은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넓고 복잡하기 때문에 머릿속에 수용할 수 있는 어떤 그림들을 재구성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뉴스는 진실과는 구별되지만 사람들에게 사건을 알려 공중의 인식틀을 형성하고, 민주주의 사회의 여론과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5일 저녁 전국의 100만 가구가 넘게 JTBC 뉴스를 시청했다니 유례없는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그동안 언론을 외면하던 세대들조차 TV 앞으로 달려갔다. 도저히 믿을 수도 없고 어떤 수사로도 형언할 수 없는 일들이 이 나라 심장부에서 버젓하게 벌어져왔으니 진실을 갈구하는 국민은 신문과 방송 한 줄마다 뚫어지게 보고 있는 중이다.

청와대와 정부·집권당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다. 검찰을 통해 성역 없이 수사를 하고, 법에 따라 엄히 처벌한다 해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회에서 특검을 한다 해도 어느 세월에 진실을 손톱만큼이라도 밝힐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나라의 근간을 흔들어버린 대통령과 한 여인의 무분별한 짓 때문에 국민은 상실감, 공허함과 분노로 치를 떨면서 오로지 언론이 진실을 밝혀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문란 사건을 파헤치는 데에는 TV조선과 한겨레 등도 큰 몫을 했으니 국민이 언론에 바랄만도 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제도 언론이 소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만큼이라도 진실에 다가간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거짓과 무력에 타협하여 국민의 눈을 가리지는 않았는가. 많은 예를 들 필요도 없이 백남기 선생에 대한 국가폭력의 실체를 다룬 SBS에 쏟아진 국민의 찬사가 얼마만인지 기억이나 하는가.

나라의 기둥이 이렇게 허물어져 내릴 때까지 스스로 입에 재갈을 물리고, 길들여져 온 언론의 책임이 얼마나 큰지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 뉴스는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며 깨어있는 국민이 진실을 찾을 때 신뢰받는 언론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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