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대자보가 나타났다. 3년 전 고려대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은 이후 전국 대학으로 번졌고, 창원대에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최근들어 창원대 정문 게시판에 대자보가 나붙었다. 고인이 된 백남기 농민의 이야기가 담긴 여러 개의 대자보였다. 고 백남기 농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현실의 사회모순에 대하여 대학생이 그 자존심을 지키는 조그만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용기를 내어 대자보를 쓴다고 했다.

현실의 대학은 해방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그 역할을 거의 못하고 있다. 3·15의거로 비롯된 4·19항쟁, 1979년 부마항쟁, 5·18광주항쟁, 87년 6월 항쟁 등은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중요한 사건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학생이 참여했고, 항쟁의 주체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는 1990년대 말의 경제위기 이후부터 학교에서 사라졌다. 학교에 대한 문제제기, 그리고 해결까지 이뤄낸 이화여대의 사례는 최근에는 정말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자보 속의 지금 대학은, 대학생은 사회모순에 완전히 등을 돌린 모습은 아니었다. 리포트, 시험, 스펙 쌓기 등에 바빠서 사회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말하고 있지 않는 것은 희망이기도 했다. "수많은 학우가 옳지 못한 것에 분노할 줄 알고, 자신이 대학에 온 이유가 단순히 취업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있다는 것에서 이 사회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도 했다.

대학은 기존의 진리주장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기도 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교육의 현장이다. 즉 대학은 기존사회보다 인간이 더욱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준비하는 곳이다. 그리하여 사회에 진출함으로써 기성세대가 고집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대학생들의 사회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현실 사회의 문제점을 이해하지 않으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없으며 그들 또한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대자보에서의 주장처럼 대학이 '자유롭고 이성적이며 열정적인 공간'으로서 '사회적 문제를 가장 앞장서서 이야기하고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하는 공간'이라 생각했던 그 믿음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현실사회의 모순에 대하여 외면하지 않은 그 시작이 오랜만에 등장한 대자보가 그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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