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국민여론-정치권 온도차…전국 곳곳 '하야'요구 들끓어-여야 '최순실 특검'합의

현실로 드러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향방을 두고 여·야 정치권과 국민 여론 간 온도 차가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차원에서 특검을 통한 의혹 규명 카드를 꺼내 든 반면 국민 여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적인 '하야'로 이 문제에 책임질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총체적 무능의 민낯을 드러낸 박근혜 정부를 향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도 새누리당은 특검과 별개로 '개헌 논의 착수'를 선언해 '물타기'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박 대통령 '하야' 촉구 목소리는 지지세가 강한 경남은 물론 견고한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거세게 터져 나왔다.

◇대통령 '하야' 요구 들끓는 민심 = 26일 경남지역 원로와 진보·시민사회단체는 경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을 우롱하고 나라 근간을 허문 박근혜는 하야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최순실이 대통령에 앞서 국정보고를 받고 연설문을 최종 검토하는 일이 말이 되는가"라면서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임을 포기한 채 최순실 아바타임을 자임한 일이고, 21세기 대한민국을 봉건왕조시대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한 나라를 섭정권력에 갖다바친 것은 어느 정치후진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은 듣도보도 못한 일"이라면서 "이는 법과 질서를 훼손하고, 주권을 허물어 국민 운명을 가지고 장난친 것도 모자라 국민을 우롱해 나라의 근간을 허문 일인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직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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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저녁 창원 한서병원 앞 광장과 사거리에서 시민과 대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선전전을 벌였다./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박 대통령의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도 '국민을 속이고 능멸한 일'로 규정했다. "국가 권력을 개인에게 준 일을 '순수한 마음'이었다는 말로 덮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권력은 그 무게만큼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단지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로 국민이 알지 못하는 개인이 국가 정책을 좌우하게 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은 나라와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대통령의 권한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 통제받지 않는 권력인 최순실에게 위임하라 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실정법을 위반한 국민주권 유린 행위이자 민주공화국 뿌리를 뽑은 일인 만큼 이런 만행을 저지른 박 대통령을 국민은 더는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경북지역 시민단체도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하야'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순실은 통일·안보·외교 등 중요한 정책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했을 뿐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주요 부처의 인사에까지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며 "즉각 대통령직을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04년 3월 헌법재판소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대통령직 유지가 헌법 수호의 과정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가 아니라는 이유를 든 바 있다"며 "현재 박근혜는 그 세 가지 이유를 넘치도록 충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 광주, 전남, 충북 등에서도 박 대통령을 향한 '하야', '퇴진' 요구가 빗발쳤다.

◇정치권 특검 카드 우려 목소리도 = 전국민적인 박 대통령 '하야'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치권은 '특검'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26일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특검' 시행을 당론으로 정했다. 새누리당은 정진석 원내대표 제안으로 특검 도입을 만장일치 추인했다. 민주당도 특검 추진과 함께 우병우 민정수석을 비롯한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 해임 등 청와대 비서진 사퇴도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특검 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검은 당장 '무용론'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다. 현행 특검법은 특별검사를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연루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면 그 자체가 '셀프수사'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때문에 특검 발의 방식이나 시기 등을 특정하지 않았다. 특검이 추진돼 실제 수사가 이뤄진다 해도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는 쉽지 않다.

대통령은 재임 중 현행범이 아니고서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이유에서다. 민주당보다 의총을 늦게 연 새누리당이 민주당처럼 특검 추진이라는 애매모호한 결정이 아닌 '특검 도입'을 확실히 한 건 이를 정쟁으로 몰면 승산이 있음을 예측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아울러 '개헌 논의 착수'까지 언급했다.

개헌 특위를 구성해 박 대통령발 개헌 논의의 추동력을 확보한다는 태도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안 통과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야당이 진정성을 의심하며 본질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면서 "개헌은 국회가 주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넘어간 정국 흐름을 어떻게든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의당 노회찬(창원 성산) 원내대표는 "개헌은 이미 구멍 난 구명정이 된 지 오래지 않으냐"면서 "개헌으로 최순실 등 측근 비리 의혹 국면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는 이미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김영만 민주주의 경남연대 상임의장은 "이미 박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이다. 식물대통령이 내뱉은 개헌 주장을 하는 새누리당도 제대로 된 사고가 안 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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