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바라본 '최순실 게이트'…엄격히 보안·관리되는 시스템, 민간인 문서 유출 상상도 못해

'최순실 게이트'로 청와대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근무 경험자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김성진(53) 전 민주당 마산합포구지역위원장과 하귀남(44) 변호사의 공통적인 첫 마디는 "말이 안 되는 일이 청와대에서 벌어졌다"였다.

대통령비서실 법무행정관을 지낸 하귀남 변호사는 청와대 시스템에 대한 예를 들었다.

"대통령 경축사 연설문은 각 실무부서에서 우선 작성해 올린다. 그러면 이를 취합해 비서실·수석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완성한다. 나도 관련 내용을 써서 올려 보낸 적이 있는데, 이후 그 내용이 최종적으로 담겼는지는 대통령 연설을 통해서야 알 수 있었다. 관련 내용을 쓴 사람도 이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에서 연설문뿐만 아니라 고위직 인사, 남북문제가 담긴 기밀문서까지 최순실 씨에게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법적 처벌 대상·기준을 놓고 법조계 해석이 분분하다.

01.jpg

우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여부다. 2007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본인이나 보좌·자문·경호기관이 생산·접수·보유하는 기록물 및 물품'을 대통령기록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결재를 통해 최종적으로 완성된 원본'이라는 전제도 있다. 또한 '공무상 비밀 누설' 위반 여부에서도 '비밀 누설로 국가가 위협받는지' 등 복잡한 해석 여지가 있다.

비교 사례로 언급되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서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는 무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는 유죄 판단을 받았다.

하 변호사는 이에 대해 '수사 의지 문제'라고 정리했다.

"대통령 재가 없이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문서를 전달한 청와대 근무자가 공범 역할을 한 것이다. 최순실 씨는 문서 자체를 받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걸 또 다른 사람에게 돌렸다면 매개자가 된다. 혹은 인사 개입과 같은 영향력 행사 등이 드러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에는 법 해석 문제가 아니라 수사 의지에 달린 것이다."

김성진 전 위원장은 정무의전비서실 행정관 출신이다. 근무 시절 보안과 관련한 예를 몇 가지 들었다.

"미국에 있는 친구와 전화 몇 통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며칠 후 국정원 관계자가 만나자고 하더라. 하는 말이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외국에 있는 사람과 통화할 때는 신경 쓰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국가 중요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보안 차원에서 그렇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한 번은 청와대 고위 핵심 몇몇만 후임 장관 내정자를 아는 단계에서 언론 기사가 떴다. 그때 청와대가 발칵 뒤집혀 근무자 모두 내부 조사를 받고 그랬다."

그러한 경험에 비춰 지금 청와대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청와대가 민간인에게 문서를 출력해 준 것뿐만 아니라 파일 자체를 통째로 보낸 것 아닌가. 이건 꿈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