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충실해야 몸과 마음 단단해져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길을 걸을 때면 한의원 간판에 눈이 가곤 합니다. 며칠 전 모임 참석차 서울 근교에 간 일이 있습니다. 길을 가던 중 특이한 한의원 간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삼잘한의원. 말미잘도 아니고 삼잘. 전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궁금해하던 차에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진료과장으로부터 '삼잘'은 '건강하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야 한다'를 뜻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건강하려면 잘 먹어야 합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는 건강과 밀접히 관련돼 있습니다. 이는 사람이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부터 오기 때문일 겁니다.

음식을 '잘' 먹으면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되기도 하지만 잘못 먹으면 병을 만드는 사기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설익은 음식, 찬 음식, 불결한 음식, 자극성 있는 음식을 먹거나 과식하면 음식상(飮食傷) 또는 식상(食傷)이 된다 하여 음식이 병을 만드는 사기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다수의 장수에 관한 연구결과를 보면 '자기 땅에서 나는 제철 음식을 가능하면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섭취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 듯 보이지만 외국산 농산물과 패스트푸드가 넘쳐나고 있는 현실에서는 실천하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둘째 잘 싸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대소변을 잘 본다는 것에 국한된 말은 아닙니다.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식 등으로 받아들인 원료를 대사과정을 거쳐 에너지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순물이 만들어 지는데, 만약 신체가 이를 배출시키지 못하면 몸에 해로운 독소가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십병구담(十病九痰·열 가지 병 중에 아홉은 담에서 비롯된다)'이라 하여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담'은 우리가 흔히 '담 결렸다'고 말할 때의 '담'으로 '몸 안에 진액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일정한 부위에 몰려서 생긴 것'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담은 우리 몸 중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머리에 있으면 어지럽고 두통을 유발하며, 복부에 있으면 속이 거북한 것 같은 증상을 유발합니다.

또한 몸 속 독소의 하나로 '어혈'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체내의 비정상적인 혈액, 즉 죽은 피가 뭉친 것'입니다. 이러한 '어혈'은 혈액 순환 장애를 일으키며, 몸이 차고 손발이 저리며 다리에 쥐가 잘 나거나 수족이 마비되는 느낌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처럼 신진대사과정에서 처리되고 남은 불순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는다면 각종 병의 원인이 되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수반되어야만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셋째 잘 자야 합니다. 잘 자기 위해서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없어야 합니다. 즉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칠정(七情)이라 하여 희(喜·기뻐하는 것), 노(怒·성내는 것), 우(憂·우울해하는 것), 사(思·근심하는 것), 비(悲·슬퍼하는 것), 경(驚·놀라는 것), 공(恐·겁내는 것) 등 7가지로 나누어 정신적인 면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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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칠정이 지나치면 장부 기혈에 영향을 주어서 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기뻐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무슨 병이 되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일이 있어서 배꼽이 빠지도록 실컷 웃고 났을 때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또 K-pop 가수들의 공연에서 너무 기쁜 나머지 실신하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이처럼 기쁨이라는 감정도 지나치면 병이 되는 겁니다. /김원식(제일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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