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귀·척수신경 문제 다양해, 신경과-이비인후과 협진도…서있을 때 중심잡기 힘들면 젊은 사람도 뇌졸중 의심

오래 앉아 있다 일어서면서 눈앞이 아찔한 경험, 대부분 있다. 굳이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피로가 쌓인다거나 할 때에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어지럼증은 흔한 증상이다.

그런데 '어지럼'이라는 같은 단어로 말해도 사람에 따라 그 증상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런 어지럼증이 모두 심각한 질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일까. 창원시 마산합포구 MH연세병원 신경과 김지윤(사진) 과장의 도움말로 어지럼증에 대해 알아본다.

◇증상 다양한 어지럼

김 과장은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의 제일 흔한 원인 중 하나가 어지럼증인데, 항상 진단하기가 쉽지 않은 증세"라며 "어지럼이라는 단어 하나로 여러 가지 증세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안개 낀 듯 맑지 않은 느낌에서부터 뇌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부족해 눈앞이 캄캄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경우, 중심이 잘 안 잡히거나, 구역감이나 구토가 동반되면서 눈앞의 사물이 빙빙 도는 경우를 '어지럽다'로 표현하곤 하지만 원인은 각각 다르다. 또 어지럼 종류에 따라 신경과 이외에도 심장내과, 이비인후과, 정신과 등이 협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신경계 이상 생겨 발생

김 과장은 "어지럼증은 신경계의 어느 곳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증상"이라며 "어디에 문제가 생기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고 밝혔다.

즉 소뇌와 뇌간 등의 뇌, 귓속의 전정기관, 말초신경, 척수신경 등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증상으로 따지면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 중심이 안 잡히는 어지럼증, 실신 전 증상으로 어지럼증 등이 있다.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 즉 '현훈'은 밸런스 조절 기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김 과장은 "귀에는 전정계라는 가속도를 주로 감지하는 평형감각 기관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여기에서 계산된 것이 눈 신경에 연결되는데, 계산한 것과 실제가 맞지 않으면 눈이 보정이 들어가면서 빙빙 도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중심이 안 잡히는 어지럼증도 전정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할 수 있지만 위치 감각을 느끼는 신경계 이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김 과장은 "위치 감각을 느끼는 말초기관에서 감각신경을 통해 척수를 타고 올라가서 뇌에 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디서 문제가 생겨도 비슷한 증세가 생길 수 있다"며 "위치감각이 떨어지면 슬리퍼를 신을 때 정확한 위치를 잡지 못해 잘 신지 못하기도 한다" 고 설명했다.

그 외 실신과 관련된 어지럼증은 혈류가 떨어지면서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전반적인 뇌기능 저하에 의해 생기는 증상이라고 한다.

김 과장은 "환자의 증세에서 특정 사인을 보고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한다"고 밝혔다.

신경학적 검사는 의사가 환자의 신체 상태를 직접 살피게 된다.

환자를 눕게 한 후 자세에 변화를 줘 전정기관을 자극한다거나, 고개를 잡고 돌리는 두부충동검사 등을 한다. 여러 검사에서 뇌졸중과 같은 중추성 전정계 이상이 의심되면 뇌 공명자기영상(MRI) 검사를 하기도 한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뇌혈관질환과 관련 없는 전정계 이상은 질환에 따라 귀 안에 있는 전정기관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이석정복술이나 약물치료 등을 한다.

김 과장은 "한번 손상된 전정계는 어느 이상 그 기관에 무리가 가게 되면 증세가 재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당분간은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전정기관 속을 흐르는 체액 압력을 줄이기 위해 고혈압 환자처럼 저나트륨식을 하면 장기적인 청각·전정기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MH연세병원 신경과 김지윤 과장./이원정 기자

◇앉아 있어도 어지러우면 위험

몸 컨디션이 나빠도 생길 수 있는 어지럼증. 그래서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잠깐의 어지럼증은 무심히 넘긴다.

그렇다면 어떠한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야 할까.

김 과장은 "젊은 사람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섰을 때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질 정도로 어지러우면 위급할 수도 있는 사인이다. 이때는 뇌경색 등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의 혈압·당뇨 환자라면 '평소와는 다른 어지럼 증상'을 느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앉아있어도 어지러워 중심을 잡기 힘들면 위험신호임을 감지해야 한다.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 증세가 부정확한 발음, 부조화스러운 팔다리 움직임이 어지럼과 같이 발생한다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어지럼증의 원인 중 뇌혈관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 손상된 뇌 세포는 회복되지 않기에 예후가 나쁘다.

김 과장은 "편마비 같은 일반적인 뇌졸중 증세와 달리 전정신경계와 관련된 뇌졸중은 어지럼만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많거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같은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은 뇌졸중 발생 확률이 더 증가하므로 어지럼증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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