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은 물론이고 각종 청와대 내부 문건까지 받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국가 정책의 방향을 담고 있는 대통령 연설문 등이 외부에, 그것도 특정인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은 국가의 기틀이 흔들릴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앞서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은 "최순실 씨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는 보도에 대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라고까지 한 말이 새삼 한편의 개그를 본 기분이다. 특히 이 연설문 유출 문제는 단순하게 들여다보면 대통령의 지시하에 부속실에서 비서관 한 명을 통해 최순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거쳤으리라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조차도 대통령이 직접 소명해야 한다고 나선 것을 보면, 그동안 최순실 관련 루머들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국정 관리 차원에서 책임 문제가 걸려있는 우병우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문책도 서둘러야 할 때다. 반면 소위 친박 진영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나도 글 쓸 때 지인 의견 듣는다"는 말로 본질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말로 당내에서조차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국민이 청와대 행태에 대해서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당 대표의 행동에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특검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례적으로 JTBC 보도 이후, 하루 만에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를 한 것은 사안이 얼마나 긴급했는지를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연설문 작성에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과연 국민이 어떻게 믿겠는가.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최순실 의혹에 대해서 세세하게 소명하는 기자회견을 바랐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소명이 전혀 없었다. 급한 불끄기에 급급한 해명 정도여서 향후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남은 일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사람과 일에 관하여 대통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 책임을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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